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와 이낙연 전 대표가 이른바 ‘백제’ 발언 이후 위험수위를 넘는 비판을 주고받으며 자중지란에 빠졌다. 양측은 한발만 물러서도 1차 슈퍼위크(9월 12일 1차 경선 결과 발표)에서 밀릴 수 있다는 절박감 속에 상대방에 대한 징계 요구 등을 검토하고 나섰다. 정치평론가들은 두 후보 간의 신경전이 격화하면서 되레 본선 경쟁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진단했다.
이재명, 1분6초 인터뷰 녹음파일 공개…"맥락을 봐야한다"
이 지사는 26일 백제 발언이 담긴 1분 6초 분량의 인터뷰 녹음파일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공개했다. 이 지사는 “지역감정을 누가 조장하는지, 이낙연 후보님 측 주장이 흑샌선전인지 아닌지…주장이 아니라 직접 들으시고 판단하십시오”라고 이 전 대표를 정조준했다. 이 지사 캠프 대변인인 박성준 의원도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인터뷰)맥락을 봐야 한다”며 “이 지사 인터뷰에서 눈 씻고 찾아봐도 지역주의 관련 내용은 전혀 포함돼 있지 않다”고 일축했다. 이 지사 측은 전체 인터뷰 맥락을 확인하면 지역감정 조장이 아니라는 점을 국민들이 판단할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캠프 수석대변인인 박찬대 의원은 개인적 의견을 전제로 했지만 “당에 징계를 요청할 수 있다”고 쏘아붙였다. 캠프 일각에서는 “이낙연 캠프에서 지역주의를 다시 끄집어내며 저급한 술책을 벌이고 있다”고 역공을 취하고 있다.
앞서 이 지사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지난 5,000년 역사에서 백제쪽이 주체가 돼 한반도 전체를 통합한 적이 한 번도 없다”고 발언했다. 이에 이 전 대표는 “영남 역차별 발언을 잇는 중대한 실언”이라고 비판했고, 또 다른 당 대선주자인 정세균 전 총리까지 이 지사를 향해 “사실상 일베”라며 논쟁에 가세하면서 경선은 혼탁양상으로 치달아 가고 있다.
이낙연 “맥락이 무엇이든 지역주의 소환 자체를 말아야”
이 전 대표의 공세 강도 역시 하루가 다르게 강해지고 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발언을 왜곡한 캠프 관계자를 문책하고 공식 사과하라’는 이 지사 측 요구에 대해 “뭘 왜곡했다는 이야기인가. 비판도 제가 제일 온건하게 했을 것”이라고 맞받았다. 이낙연 캠프도 당 지도부에 징계 등의 조치를 요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 전 대표는 SNS에 “적어도 민주당 후보라면 어떠한 상황에서도 묻어둬야 할 것이 있다. 지역주의”라며 “맥락이 무엇이든 그것이 지역주의를 소환하는 것이라면 언급 자체를 말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그것이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대통령님의 투쟁을 거쳐 몸에 배어온 민주당의 감수성”이라고 비판했다.
이같은 ‘이-이(李-李)’간 신경전은 더욱 날카로워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규정 고려대 평화와민주주의연구소 연구교수는 “경선 향배가 결정되는 9월 1차 슈퍼위크와 2차 슈퍼위크(10월10일 발표)사이에 양측의 신경전은 정점에 달할 것”이라며 “지지층 결집에는 효과가 있을지 모르지만 정작 본선 경쟁력을 잃게 만드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퇴행적인 발목잡기식 과거 들추기가 국민들에게 동의를 받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여당 유력 주자들이 대선은 미래비전에 대한 심판이라는 점을 망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상민 “볼썽사나운 공방 멈춰라”
송영길 “원팀 정신으로 해나가자”
송영길 “원팀 정신으로 해나가자”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중앙당 선거관리위원장이 26일 “선을 넘은 볼썽사나운 상호 공방을 즉각 멈춰달라”고 경고했다.
이재명 경기지사와 이낙연 전 대표 간의 네거티브 공방이 격화된 데 따른 조치다. 특히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찬반을 둘러싼 적통 논쟁에 이어 이 지사의 ‘백제 발언’에서 출발한 지역주의 논쟁이 거세지자 당 차원에서 경고성 메시지를 낸 것으로 풀이된다.
이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각 경선 후보 캠프 총괄선대본부장과 연석회의를 열고 “진정성 있고, 치열하고, 나이스(nice)한 경선이 되도록 서로 협조해달라”며 “선관위로서는 그렇지 않으면 엄중히 나서지 않을 수 없다”고 경고했다.
또 “최근 상호 공방은 당 내외에서 매우 우려스럽다는 지적이 많다”며 “지역주의 등 논란은 그 경위가 어떻든 상호 공방 자체만으로 매우 퇴행적이고 자해적”이라고 비판했다. 각종 논란으로 얼룩진 경선을 방치할 경우 본선에서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반영된 발언으로 분석된다.
다만 선관위는 네거티브 공방이 이어질 경우 취할 조치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 위원장은 회의 이후 “선 넘은 공방이 없도록 다짐하는 자리였다”며 “구체적인 것에 대해서는 지금 말씀드리기는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송영길 대표도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김대중 이후 노무현·문재인 시기를 거치며 최소한 민주당에서는 지역주의의 강을 건넜다”며 “지역주의의 강으로 돌아가서는 안 된다. 원팀 정신으로 (경선을) 해나가자”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경선 과열을 잠재우기 위한 행사를 통해 과열 분위기를 진정시킬 계획이다. 고용진 수석대변인은 이날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28일 후보자 간 원팀 협약식이 있다”며 “(협약식을 통해 과열 양상이) 진정돼야 한다는 것이 지도부의 강력한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기자페이지를 구독하시면 정치권의 경제이슈를 쉽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