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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사회일반
'미래노동' 눈앞인데 法·제도는 역주행···"생산성 중심 손질을"

[창간기획-리셋 더 넥스트]

<3>노동의 개념 바뀐다 -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노동개혁

일자리 급격 감소 불구 주52시간 등 획일적 규정 수두룩

정부는 친노동 정책 여전…"개혁 늦추면 더 큰 충격올 것"

유연 근무제·파업 대체근로 등 '노동규범' 현대화 시급

코로나19 이후 디지털 전환 가속화로 전통 산업에서 일자리가 빠른 속도로 줄어들고 있다. 독일 츠비카우의 폭스바겐 공장에서 로봇들이 전기차를 조립하고 있다./EPA연합뉴스




“사업장마다 생산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 다릅니다. 일할 때 일하고 금전 보상을 충분히 해서 생존율을 높이는 게 핵심 과제입니다. 스타트업과 삼성이 어떻게 같은 기준으로 근로시간을 정하겠습니까.”

박지순 고려대 노동대학원장이 27일 “4차 산업혁명 시대 도래에 따른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흐름에 맞춰 노동 규범도 효율화, 생산성에 기여할 수 있도록 재정비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20세기 제조업 시대에 만들어진 전근대적인 노동 규범(법·제도)을 21세기에 맞게 현대화해야 한다”며 “현행 (노동) 법·제도는 획일적인 강행 규정이 너무 많은데 근로시간 편성과 같은 노동 규범은 노사가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가야 할 길”이라고 강조했다.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스마트팩토리가 주도하는 미래의 노동이 일자리와 인간의 삶을 송두리째 바꾸는 시대가 눈앞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기존 노동에 얽매인 낡은 법·제도는 여전하다. 정부 정책 역시 마찬가지다. 친(親)노동을 표방한 문재인 정부는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주 52시간 근로제와 개정 노조 3법 시행 등 노동계에 기울어진 운동장을 만들었다. 일과 삶을 바꾸는 미래 노동이 성큼 다가왔는데 정작 낡은 옷을 입고 역주행하는 컨베이어벨트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는 평가다.

◇일자리 빠르게 줄어드는데 노사 갈등은 여전=한국은행은 지난 2002년 전체 기업 중 19.0%를 차지한 신생 기업 비중이 2018년 11.7%까지 감소했다고 밝혔다. 기업의 고령화는 생산능력과 고용 창출 능력을 동시에 떨어뜨린다.

이 같은 추세는 디지털 전환에 따른 신산업의 등장으로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자동차와 기계, 금융 및 보험, 도소매 등 우리 경제를 지탱하고 실생활에 밀접한 10개 업종의 근로자 833만 명 가운데 133만 8,000명(16.1%)이 일자리 전환 위험에 노출돼 있다. 특히 2024년이 되면 이 가운데 일자리 70만 6,000개가 사라질 것이라는 예상이다.

하지만 이런 위기를 고민해야 할 노사 관계 지표는 개선 신호가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다. 세계경제포럼(WEF)에 따르면 한국의 노사 협력 순위는 141개국 중 130위에 머물러 있다. 2009년부터 2019년까지 임금 근로자 1,000명당 근로 손실 일수는 연평균 38.7일로 일본의 193.5배다.





◇파업 대체 근로 금지 국가는 OECD에서 한국이 유일=풀무원처럼 노사가 양보해 새로운 경영 여건을 만들기는 쉽지 않다. 현행 법과 제도가 노사 양쪽 모두에 비판을 받을 만큼 변화의 속도가 더뎌 협상이 원활하지 않기 때문이다.

노동계 입장에서 보면 올해 제정된 가사노동자 보호를 위한 가사근로자법이 대표적인 사례다. 1953년 제정된 근로기준법 제11조의 ‘가사 사용인에 대해 적용하지 않는다’는 규정 때문에 그동안 가사노동자는 근로기준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규정 하나를 바꾸는 데 무려 70년이나 걸렸다.

경영계가 주장해 온 파업 시 대체 근로 허용도 낡은 노동 제도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파업은 노동조합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한 마지막 수단이지만 사측 입장에서는 최악의 결과다. 박기성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파업 시 대체 근로를 허용하지 않는 국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한국밖에 없다”며 “1953년 근로기준법 제정 당시 부산의 한 기업에서 일어난 파업 탓에 들어온 거북선·금속활자 같은 제도”라고 비판했다.

◇차기 정부 핵심 과제는 “노사 균형 맞추기”=전문가들은 차기 정부의 핵심 과제로 문재인 정부에서 기울어진 친(親)노동정책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정부 초기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을 시작으로 주 52시간제 확대, 개정 노조 3법이 시행됐고 내년 1월 중대 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시행을 앞두고 있다. 더구나 지금은 코로나19에 따른 경기 부진으로 기업들의 경영 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진 상황이다. 청년층을 중심으로 공정성에 대한 요구가 커지면서 능력제 중심의 임금 체계 개편, 고용 유연성 제고가 시급해졌지만 법·제도나 사회적으로 논의할 테이블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다.

김강식 한국항공대 경영학부 교수는 “한국은 선진국에 비해 해고도 어렵지만 퇴사자가 다른 기업에 재취업하기 어렵고 실업자에 대한 사회안전망도 빈약하다”며 “고용 유연성에 대한 고민 없이 근로자에 대한 보호만 강화하면 기업은 오히려 고용을 기피하게 된다”고 말했다.

박우성 경희대 경영학과 교수는 “고용 위기 상황에서 기득권만 따진다면 미래 세대는 견디기 어렵다”며 “연금 재정(고갈) 문제로 일할 수 있는 나이를 70세까지 확대하려는 일본처럼 우리나라도 고령화·저출산 사회에 대한 대비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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