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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사내칼럼
[만파식적] 이투루프




1941년 11월 쿠릴열도 남단의 이투루프(일본명 에토로후)섬에 일본 항공모함과 전투기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일본은 1930년대부터 이 섬을 미국 공격을 위한 거점으로 삼아 곳곳에 해군 기지와 비행장을 만들었다. 11월 26일 이투루프섬을 출발한 일본 연합 함대는 태평양을 가로질러 미국 하와이 진주만 공습에 나섰다.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은 진주만 침공 다음 날 주미 소련 대사를 불러 대일 전쟁에 참전해달라고 요청했다. 일본 함대의 출발지가 소련과 인접한 이투루프섬이었으니 일본이 공동의 적이라는 논리였다.

이투루프는 일본과 러시아가 오랫동안 영유권 문제를 놓고 갈등을 겪어온 남(南) 쿠릴 4개 섬 중 하나다. 일본은 이투루프를 비롯해 쿠나시르·시코탄·하보마이 군도를 ‘북방 영토’라고 부르며 영유권 반환을 주장하고 있다. 이투루프섬의 면적은 3,139㎢로 제주도의 2배 정도(길이는 10배)에 달해 쿠릴열도에서 가장 크다. 이곳에는 석유를 비롯해 금·황철광·유황 등 풍부한 자원이 매장돼 있다. 이투루프의 원주민은 고대 이래 수렵을 주로 하는 아이누족이다.



일본과 러시아는 1855년 러일 통상우호조약을 맺고 이투루프를 포함한 4개 섬을 일본 영토로 인정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일본이 태평양전쟁에서 패하면서 러시아의 실효 지배로 넘어가게 됐다. 1951년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에서도 이런 사실이 인정됐다. 1990년대 경제난에 직면한 러시아의 보리스 옐친 대통령은 평화조약을 체결해 시코탄과 하보마이 군도 등 일본과 가까운 2개 섬을 돌려주는 대신 일본으로부터 경제 협력을 제공받는 방안을 추진했다. 하지만 4개 섬을 모두 돌려받아야 한다는 일본 측의 반발에 부딪혀 결국 무산됐다.

미하일 미슈스틴 러시아 총리가 27일 이투루프를 방문해 이 지역의 세금 부담을 없애고 외자 유치 특구로 키우겠다고 선언했다. 러시아는 최근 이투루프에 공항과 리조트 시설을 새로 짓는 등 개발 작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일본은 북방 영토 반환을 막기 위한 러시아의 꼼수라며 긴장하고 있다. 나라의 영토와 주권을 지키고 강대국들의 틈바구니에서 생존하려면 부국강병을 통해 국제사회의 위상을 높일 수밖에 없다는 점을 새삼 절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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