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럭비 대표팀(세계 랭킹 31위)이 아시아 최강 일본(10위)과의 마지막 경기에서 아쉽게 졌다. 서천오 감독이 이끄는 럭비 대표팀은 28일 일본 도쿄스타디움에서 열린 도쿄 올림픽 7인제 럭비 11·12위 결정전에서 일본에 19 대 31로 패했다.
한국은 사상 처음으로 출전한 올림픽 본선 무대에서 단 1승도 거두지 못했다. 5전 5패에 29득점을 하는 동안 210점을 잃었다. 12개 팀 중 최하위다.
초라한 성적표로 마감했지만 럭비 대표팀의 올림픽 출전은 그 자체가 기적이었다. 한국 럭비의 토대는 보잘것없었다. 실업 팀이 고작 3개(한국전력공사·포스코건설·현대글로비스)뿐이고, 대학 팀도 4개(경희·고려·단국·연세대)에 불과하다. 2018년 기준 등록 선수는 1,000명이 채 안 된다. 일본의 등록 선수는 10만 명 이상이다. 단순 비교해도 한국은 일본의 100분의 1 수준이다.
이날 한국은 일본의 상대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가 우세했지만 대결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경기 시작 직후부터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모든 힘을 쏟아부었다. 대표팀 에이스 정연식(현대글로비스)은 “끝까지 모든 힘을 다하는 게 바로 럭비 정신이다. 마지막까지도 이길 기회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한국인 어머니와 미국인 아버지를 가진 혼혈 선수 안드레진 코퀴야드(한국명 김진)는 경기 후 눈물을 흘리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한일전에서 꼭 승리해 도쿄스타디움에 태극기를 올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1923년 럭비가 국내에 도입된 이후 약 100년 만에 올림픽 본선 무대를 밟은 한국 럭비의 첫 도전은 최하위로 막을 내렸지만 값진 경험을 얻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