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시대가 남존여비의 가부장제 사회였다는 통념에 이의를 제기하며 조상들이 영위한 ‘남녀 공존의 역사’를 돌아본 책이다. 저자인 정창권 고려대 문화창의학부 교수는 조선 시대 기록에서 양반가의 생활을 들여다본 결과 양반 남자가 집안의 살림꾼이었다고 주장한다.
언뜻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주장이다. 조선은 여성의 관직 진출을 허용하지 않은 것은 물론, 내외를 정확히 구분하며 남녀 역할에도 뚜렷하게 차별을 가한 역사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저자는 16세기까지만 해도 여권이 제도적으로 보장된 남녀 공존의 시대였으며, 조선이 가부장제 사회였다는 주장 역시 정치권력 면으로만 바라본 남성 중심 시각이라고 반론한다. 조선 시대에 대한 오늘날의 인식은 후기에 내외법(內外法)이 강화되면서 여자의 사회 참여를 금기시하는 풍토가 만연한 결과이며, 가부장제 인식은 일제 강점기와 현대 산업화 시대에 외재적, 타의적으로 주입된 산물이라고 저자는 지적한다.
책은 조선 후기 이른바 ‘외조하는 남자’들의 모습에 주목한다. 당시 집안 대소사를 꼼꼼하게 기록했던 일기나 편지, 개인 문집 등의 기록을 토대로 남자가 물질적·정서적 측면에서 각종 집안 살림을 맡은 흔적을 찾아내고, 당시 바깥 살림의 종류와 처리 방식, 그들만의 살림 비법과 고충을 전한다. 다만 오늘날의 관점에서는 책에 언급된 양반 남자의 외조가 당연한 수준으로 비치기에 시대적 한계를 고려하며 읽을 필요가 있다.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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