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감싼 띠지의 문구부터 범상치 않다. ‘미친놈만이 미친 결과를 얻는다.’ 파격적인 문장 위로 익숙한 얼굴 셋이 그려져 있다. 그야말로 ‘미친 성과’로 세계 자본시장의 판도를 바꾼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다. 이들 ‘혁신 리더’의 비범함을 달리 말하면 ‘집요하고, 지독하고, (일에) 미쳤다’로 요약된다. 저자의 표현대로라면 “이 사람들은 그야말로 일에 미쳐 자신의 삶을 올인한 ‘워커사우루스(workasaurus·일 중독자)’”다.
신간 ‘워커사우르스’는 이들 혁신 리더들의 공통 기질인 ‘강박적 집착(obsession)’에 주목한다. 목적을 향한 의지와 끈기를 의미하는 그릿(grit)을 넘어서는 개념이다. 머스크는 ‘안 먹고 살 수 있는 방법이 있고, 그래서 일을 더 많이 할 수 있다면 먹지 않겠다’고 할 만큼 일에 있어 몰입광이다. 자신 뿐만 아니라 직원들에게도 ‘주당 40시간 일해서는 혁명적인 제품을 만들 수 없다’고 다그친다. 고(故) 스티브 잡스 역시 애플 맥(Mac) 팀에 하루 14~18시간씩 주 7일을 일하라고 다그쳤다. 우버를 일군 트래비스 캘러닉, 알리바바의 마윈도 다르지 않았다. 저자는 어떤 유형의 일이든 강박적 집착이 강할수록 의미 있는 일을 하려는 욕구가 더 두드러진다고 말한다. 역경조차도 자신의 탐구에 없어서는 안 될 요소로 여기며 거기서 쾌감을 느끼기까지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혁신 리더가 되고 혁신 기업을 키우기 위해 우리 모두 강박적 집착을 탑재하고 살아야 하는 것일까. 저자는 “자기 직업에 대해 어떤 결정을 내리든 대가는 치러야 한다”며 이는 어디까지나 개인의 선택임을 분명히 한다. 중요한 것은 선이 될 수도, 악이 될 수도 있는 이 ‘양날의 기질’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있다. 이를 위해 저자가 던지는 질문은 다음과 같다. 개인은 △나의 강박적 집착을 어느 정도까지 추구할 의지가 있는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내 추진력을 어느 지점까지 허락할 것인가를, 조직은 △성공에 기여할 수 있는 강박증을 지닌 사람을 어디까지 지원·용납할 것인가를 생각해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조직의 경우 이와 함께 ‘조직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 즉 조직이 집착하는 것을 분명히 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조직 모델을 설정해 적합한 인재를 선별해야 한다. 예컨대 테슬라는 뛰어난 제품을 만드는 데 집착하는 사람을 원하지만, 아마존은 고객에 집중하는 직원을 선호한다. 강박적인 집착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혁신 기업과 리더들의 ‘일하는 법’에 대한 풍성한 사례 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로운 책이다. 1만 6,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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