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형 일자리를 반대하지 않는 대신 울산 차세대 먹거리인 수소 산업을 가져 온 것이 대표적 성과입니다”
지난 2018년 민선 7기 시작과 함께 취임한 송철호(사진) 울산시장은 시작부터 울산시민의 부정적 여론에 부딪혔다. 광주시가 현대자동차와 협력해 자동차 생산공장을 짓는 ‘광주형 일자리’ 사업이 탄력을 받으면서 위기에 내몰렸다. “울산의 주력인 자동차 산업 일자리를 빼앗아 가는 게 아니냐”는 여론이 들끓면서 “시장이 나서서 싸워 지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잇따랐다.
송 시장은 “3년 전 광주형 일자리 도입이 논의됐을 당시 일단 반대해서 울산시민의 입장을 전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았다”며 “하지만 그때 만약 광주형 일자리를 반대했다면 울산과 광주는 씻을 수 없는 앙금이 생겼을 것”이라며 취임 초기 어려웠던 상황을 설명했다.
송 시장은 광주형 일자리를 반대하는 대신 역발상으로 울산의 일자리 창출에 눈을 돌렸다. 당시 울산은 이미 수소차와 연료전지 등 수소 활용 분야뿐만 아니라 생산과 저장, 공급 등 수소 산업 전 분야에서 세계적 인프라를 갖추고 있었다. 이 같은 기반을 활용한 신산업뿐 아니라 기존 내연기관 위주의 자동차 산업도 수소와 전기 등 새로운 에너지와 결합한 도약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마침 우리나라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수소 산업을 결정한 정부 방향성과도 맞아떨어졌다. 마침 울산시는 자체적으로 부유식 해상풍력을도 준비하고 있었다.
수소와 해상풍력을 포함한 친환경 에너지를 통해 울산의 미래를 바꾸자고 결심한 송 시장은 청와대에 찾아가 “광주형 일자리처럼 ‘울산형 일자리’로 수소 산업을 지원해달라”고 줄기차게 요구했다. 그 결과 2019년 1월 문재인 대통령이 울산을 방문해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지난 3년 동안 가장 애착이 가는 분야를 꼽는 질문에도 송 시장은 “민선 7기 정책은 장기 침체에 빠진 울산의 험한 밭을 새롭게 일구고 뿌린 씨앗들이었다”며 “척박한 땅에서 싹을 틔운 정책들인 만큼 어느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송 시장은 “그래도 하나를 꼽아야 한다면 아무도 도전하지 못했던 그리고 울산이 가장 선제적으로 추진해온 친환경 에너지사업”이라고 강조했다.
기존 관행에 얽매이지 않는 송 시장의 적극적인 행보는 최근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의 노사 갈등을 중재하는 과정에서도 돋보였다. 송 시장은 지난 13일 현대자동차 노사와 현대중공업 노사 등 4곳을 연달아 방문했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달 말 사측과의 임단협 결렬을 선언한 데 이어 12일 중앙노동위의 쟁의행위 중재신청이 종료돼 합법적인 쟁의권을 확보한 상태였다.
사실상 언제 파업에 들어가도 이상하지 않는 상황이었기에 협상은 교착 상태에 빠졌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이미 2년치 임단협의 난항으로 6일부터 전면 파업에 나섰고 노조 지부장은 크레인에 올라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었다. 합의는커녕 파업과 고공농성으로 더 큰 갈등이 빚어지고 있었다.
송 시장은 “시장은 시민조합의 위원장으로 볼 수 있는데 시장이 못 갈 현장이 어디 있겠나”며 “그런 마음으로 노사를 직접 만났다”고 말했다. 지난 1987년 노동자 대투쟁 이후 현대중공업과 현대자동차 노조 구속자들을 무료 변론하며 인권변호사로 활동했던 송 시장의 관록이 빛난 대목이다. 그러한 진전성을 바탕으로 송 시장은 노동자와 심리적 벽을 허물고 속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송 시장은 노조와 만난 자리에서 “현대자동차는 지난 2 년간 무분규 임단협 타결을 끌어내는 등 노사 상생의 희망적인 모습을 보였고 현대중공업도 최근 수주 릴레이가 이어지면서 재도약의 기대감을 주고 있다”라며 “울산시는 드디어 찾아온 울산 경제의 긍정적인 요소들이 물거품이 되지 않도록 노사 상생 노력에 그 어떤 지원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그 결과 현대중공업 노사는 송 시장이 방문한 다음날 2019년과 2020년 2년치 임금과 단체협약 교섭에 잠정 합의안을 마련했다. 현대자동차 노사도 일주일 만에 3년 연속 파업 없이 임단협 잠정 합의안을 도출했다.
송 시장의 파격적인 행보는 지난달 2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제6회 낙동강유역물관리위원회의 ‘낙동강 통합물관리 방안’ 의결 과정에서도 빛을 발했다. 이날 회의는 각 지자체 실무자들이 참석하는 자리였는데 단체장으로는 유일하게 송 시장이 직접 참석했다. 당시 울산시는 반구대암각화를 살리고 울산시민의 식수를 해결하기 위해선 경북 청도군 운문댐의 수원 확보가 절실했다. 하지만 타 시·도는 전면 반대 입장을 내비치면서 협상은 답보 상태에 빠졌다.
송 시장은 “‘운문댐’이 계획안에 정확히 들어가야 하는데 실제로는 ‘운문댐 등’으로 기재돼 있어 혼선을 주고 있었다”며 “운문댐 말고 다른 곳에서 울산에 물을 공급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 지자체의 이해관계에 휘둘리다 결국 시간만 보내고 아무것도 가져오지 못하는 최악의 문구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타 지자체 실무진을 지속적으로 설득하고 울산의 운문댐 수원이 필요한 이유를 합리적으로 설명한 결과 운문댐을 수원지로 확보하는 성과를 이끌어냈다.
송 시장은 “임금 협상 등으로 분규 중인 노동 현장에 직접 찾아가고 실무자가 참석하는 회의에 지자체장이 가고 것을 두고 이례적인 일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지만 주민이 선출한 지자체장의 필수 덕목은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것”이라며 “민선 7기 공약으로 내걸었던 ‘시민과 함께 뛰는 시장’을 지키기 위해 앞으로도 현장에서 답을 구하고 시민의 의견을 청취하고 소통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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