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4년 12월 7일 오후 3시경, 서울 서대문구 아현동에서 가스폭발 사고가 일어났다. 한국가스공사의 지하 밸브스테이션에서 시설 점검 중 가스가 누출되면서 엄청난 폭발로 이어졌다. 이 사고로 사망 12명과 부상 101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사고 이후 한국가스공사는 매출액의 1%를 가스 안전과 관련된 연구개발(R&D)에 투자하기로 한다. 이후 안전과 관련된 기술, 장비 및 제도가 비약적으로 발전한다. 당시 천연가스 분야는 초창기여서 대부분의 기술을 일본에서 도입했는데 불과 몇 년 후에는 오히려 일본에서 기술을 문의할 정도로 앞서가는 계기가 됐다.
당시 한국가스공사 배관연구팀에서 지하배관의 부식 상태를 비파괴·비굴착 방식으로 진단하는 기술과 장비를 개발한 장본인이 코렐테크놀로지 전재영(사진) 대표와 박경완 전무다. 코렐테크놀로지는 한국가스공사 사내벤처기업 1호로 2003년 4월 탄생한 후 지하배관의 정밀 가스안전 진단기술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한 기업으로 꼽힌다.
초창기에는 SK에너지와 협력해 국내 굴지의 석유화학 회사를 상대로 기술 전파와 시장 개척에 주력했다. 2006년부터는 한국가스안전공사와 협업해 석유화학공장 내 고압가스 배관을 대상으로 정밀 가스안전 진단 시장이 본격적으로 확산되는 산파 역할을 맡았다. 2017년부터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한 울산미포국가산업단지 내 지하배관 안전진단 사업을 3년 연속 수주하면서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지하 가스배관 안전진단이 주력 사업이지만 코렐테크놀로지는 다양한 분야에서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우선 엔지니어링 분야에서는 상수도 및 가스배관을 중심으로 활발한 엔지니어링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조달 분야에서도 지하 가스배관의 안전진단에 쓰이는 ‘이글 아이’다. 이 제품은 모든 입출력을 스마트폰 앱을 통해 확인할 수 있고 스마트폰의 위상항법장치(GPS)와 카메라를 활용해 현장에서 모든 데이터를 무선으로 송신할 수 있다.
‘다채널 정류기’도 코렐테크놀로지의 기술력을 집약한 제품이다. 화력발전소에 쓰이는 콘덴서나 열교환기는 통상 바닷물로 열을 교환한다. 그러다 보니 부식에 취약해 기존에도 다채널 정류기를 설치해 부식을 예방했지만 정기적으로 수리와 교체가 필요하다. 하지만 다채널 정류기는 10년 이상 교체 없이 사용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최근 주목받는 기술은 ‘물배관 내외면 동시 방식 시스템’이다. 일반적인 지하 배관은 전기 방식 시스템을 적용해 토양과 접해 있는 외부의 부식을 예방한다. 그러나 물배관은 소재의 특성상 내부에도 녹이 발생한다. 이 때문에 녹물과 누수가 발생하고 심할 경우 싱크홀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개발 중인 기술을 적용하면 내부 부식을 20% 수준으로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렐테크놀로지의 가장 큰 경쟁력은 연구개발 능력이다. 회사의 주축이 연구원 출신인 점도 있지만 해마다 두세 건의 연구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자체적으로 등록한 특허만 20여개에 이르며 기업부설연구소도 일찌감치 운영 중이다.
전재영 코렐테크놀로지 대표는 “우리 회사의 경영이념은 ‘최고 인재, 최대 가치창출’”이라며 “앞으로도 기술력과 창의성을 갖춘 인재를 육성하고 새로운 기술을 지속적으로 개발해 국민의 안전에 보탬이 되는 최고의 기술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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