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차기 대통령 선거의 핵심 공약 중 하나로 ‘정년 연장’ 카드를 꺼내 들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 18대 대선에서 ‘60세 정년 의무화’와 ‘임금피크제 도입’을 약속한 것처럼 베이비부머의 표심을 공략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여당이 청년에게 신규 일자리의 문을 열어줄 ‘노동 개혁’은 외면하고 기득권 노조의 표심을 얻으려 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29일 민주당에 따르면 민주연구원은 최근 대선 경선 후보들에게 ‘대선 핵심 공약 개발 계획’을 전달했다. 해당 보고서에는 10대 핵심 공약 테마 중 하나로 ‘정년 연장·연공제 폐지·임금피크제 연동 신고용정책’이 담겼다. 부동산·주거 안정 △정예 강군, 단계적 모병제 △최대공약수 젠더 정책 등으로 이뤄진 테마는 민주연구원 원장단과 당 정책위 수석부의장, 전략기획위원장 등으로 구성된 의제선정위원회가 정했다.
이는 복지 지출 증가와 세수 감소, 40~50대 인구의 표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정책으로 해석된다. 지난해 9월 기획재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2020~2024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복지 분야의 의무 지출은 2021년 131조 5,000억 원에서 오는 2024년 160조 6,000억 원으로 연평균 7.6% 증가한다. 베이비부머가 은퇴하고 복지 수급자로 전환될 경우 복지 지출이 폭증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전체 인구에서 가장 비중이 높은 50대(859만 명,16.6%)와 그 다음으로 높은 40대(821만 명, 16.2%)의 표심을 끌어내기 위한 정치적 의도 역시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박 전 대통령 역시 18대 대선 당시 ‘임금피크제와 연계한 60세 정년 의무화’를 공약한 바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정년 연장 정책이 신규 고용 확대를 원하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이해관계와 충돌한다는 점이다. 이동학 민주당 최고위원은 현대차노조가 64세까지 정년 연장을 요구한 데 대해 6월 “초고령화 시대에 노동시장을 벗어나지 않으려는 기성세대와 노동시장에 진입해야만 하는 청년들의 제로섬 게임”이라고 지적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해 공개한 ‘정년 연장이 고령층과 청년층 고용에 미치는 효과’ 보고서에서 정년 연령을 55세에서 60세로 늘릴 경우 장년 1인의 고용이 증가하는 반면 청년 0.4명의 고용은 줄어든다고 분석했다.
이에 여당 대선 후보들이 MZ세대를 겨냥해 ‘현금성 복지’ 정책을 약속하고 있지만 청년 일자리 문제를 해결할 ‘노동시장 개혁’에 대해서는 입을 닫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여당은 노조의 ‘좋은 일자리 독식’의 문을 열어 청년들을 일자리 경쟁과 비정규직 일자리로 몰고 있다”며 “지원금으로 청년의 환심을 살 수 있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