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도쿄올림픽이 30도를 웃도는 폭염 속에 개최된 가운데 돈벌이에만 치중하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태도에 문제가 있다고 일본 언론들이 지적했다. 또 일본 측이 도쿄의 여름 날씨가 경기하기에 적당하다는 거짓말로 무리하게 올림픽을 유치했다는 비판도 제기했다.
“IOC 근저에 ‘배금주의’ 자리잡아”
도쿄신문은 30일 지면 사설을 통해 "한여름 개최는 거액의 방영권료를 부담하는 미국 미디어의 의향인 것으로 보인다"며 "IOC의 근저에 있는 배금주의(拜金主義·돈을 최고로 여기는 사고방식)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최근 선수들이 무더위로 인한 어려움을 호소해 테니스 경기 시간이 변경된 것을 예로 들었다.
이 신문은 가을철에 미국에는 프로야구 월드시리즈나 프로농구 NBA 개막 등이 있으며 만약 이들 이벤트와 시기가 중첩되지 않게 하느라 올림픽을 여름에 개최하는 것이라면 "'선수 우선'이 아니라 'TV 우선'"이라고 논평했다.
“무관중 아니었다면 관람객도 쓰러졌을것”
또한 일본 측의 태도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도쿄신문은 "한여름 야외 경기는 위험을 동반함에도 도쿄도(東京都)는 유치 활동을 할 때 이 시기가 '맑은 날이 많고 온난', '선수가 최고의 상태로 기량을 발휘할 이상적인 기후' 등의 PR(홍보·선전)을 했다"며 "무책임하기 짝이 없는 허언(虛言·거짓말)"이라고 비판했다.
신문은 이번 올림픽이 대부분 무관중으로 실시되지 않았다면 경기를 보다가 쓰러지는 관람객도 나왔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도쿄올림픽이 끝난 후 다음 달 24일 개막하는 패럴림픽과 관련해 "휠체어를 탄 선수 중에는 경추손상 등으로 체온 조절 기능을 상실해 더위가 치명적인 사람도 있다"며 대책을 마련하라고 도쿄신문은 촉구했다.
아사히(朝日)신문 계열의 시사 주간지 아에라는 선수가 더위로 인해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은 '본말전도'라고 지적하며 “IOC에 방영권료를 지불하는 미국 방송국의 의향이 크게 반영되는 것은 '암묵적인 양해'”라고 비판했다.
이번 올림픽에서는 양궁에 출전한 스베틀라나 곰보에바(ROC·러시아 올림픽위원회)가 지난 23일 폭염에 정신을 잃고 쓰러졌으며 트라이애슬론에서도 결승선을 통과한 후 선수들이 쓰러지거나 구토했다. 스케이트보드 종목에 출전한 한 미국 선수는 더위로 인해 보드가 휘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일손 부족에 시달리는 경비원들
이번 올림픽으로 고통받는 이는 선수뿐만이 아니다. 경기장 경비업무에 종사하는 이들 가운데는 일손 부족으로 인해 하루 반, 혹은 이틀간 연속으로 일하는 사례도 있다고 도쿄신문은 전했다. 중간에 휴식 시간이 있지만 누울 수도 없어 앉은 채로 선잠을 자는 정도이며 땡볕에서 경비하는 이들을 위한 폭염 대책이 수분 보급 외에는 사실상 없다.
선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렸는지 확인할 유전자 증폭(PCR) 검사를 자주 받지만 경비원은 이와 관련된 검사가 없으며 백신을 맞으러 갈 시간도 없어 불안감에 시달리는 상황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