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당내 ‘특별위원회’를 통해 법안을 발의하고 국회 상임위원회 논의 절차를 생략하는 데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전문성을 가진 여야 의원들이 상임위에서 법안을 깊이 있게 논의하기 위한 ‘상임위 중심주의’라는 국회 관례가 무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여당이 임대차 3법을 단독 처리하면서 임대차 시장에 혼란을 빚은 사태가 언론중재법, 부동산 세법 등에서도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일 공개된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문화예술법안심사소위원회 회의록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회의에서는 민주당이 미디어혁신특위가 만든 언론중재법 대안을 상정한 데 대한 충돌이 발생했다. 야당 의원들이 언론 보도에 따른 손해배상액을 최대 5배로 높인 안이 어떻게 나왔는지 묻자 김승원 민주당 의원은 “저희가 회의만 열 차례를 했고, 그래서 나온 게 민주당안”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지난 6월 미디어혁신특위를 출범한 후 수차례 자체 회의를 가졌다
야당은 상임위에서 전혀 논의가 안 된 대안이 상임위에 상정되자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국민의힘 문체위 간사인 이달곤 의원은 “당 안에 있는 미디어특위가 열 번 회의를 해서 만들어낸 것을 그대로 밀고 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며 “문체위 법안소위는 완전히 핫바지”라고 반발했다. 이어 “그런데 여당으로서는 그런 내부적인 이야기가 있을 수 있는데 상임위원회 중심으로 국회가 움직여야 한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언론중재법뿐 아니라 부동산 세법 논의 과정에서도 ‘특위안’으로 야당과 마찰을 빚은 적이 있다. 민주당 부동산특위가 당내 논의를 거쳐 만든 ‘종부세 상위 2%부과’ 안을 기획재정위원회 소위원회에 상정하자 국민의힘이 “숙려 기간도 안 지키고 검토 보고서도 없는 상황에서 급하게 심사하는 것 아니냐”고 반발한 것이다. 민주당은 현재 △반도체 기술 △코로나19 백신 치료제 △탄소 중립 △재정 분권 등 8개가 넘는 특위를 가동해 자체 법안을 내놓고 있다.
정치평론가들은 당 특위에서만 법안을 논의할 경우 진영 논리에 빠져 예상되는 부작용을 걸러내지 못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상임위에서 법을 논의할 경우 반대 의견이 충돌하면서 법안이 다듬어지지만 당 안에서만 법을 만들면 진영 논리에 의해 법안이 진행돼 이의를 제기하기 힘들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언론중재법 역시 여당 단독으로 통과시킬 경우 임대차 3법이 전월세 폭등을 낳았듯 언론이 위축되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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