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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24시] 한·중·일 도시 경쟁에서 이기는 방법

■정영록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경제학

도쿄 '융합' 베이징 '계획도시' 강점

서울은 유산·산업화 족적 다소 부족

100년 만에 찾아온 도시 일신 기회

개발 차별화·K팝 접목으로 잡아야

정영록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경제학




도쿄 올림픽 개최를 계기로 동북아시아 역내 지역에서의 수도권 경쟁력에 대한 관심을 다시 갖게 된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사태로 무관중 올림픽이 개최되고 있다. 아쉽게도 도쿄가 어떻게 변모해 있을지는 솔직히 잘 알 수 없다. 하지만 올림픽 개최로 뭔가 노력은 했을 것이다. 베이징도 기존 지역의 과밀화로 인근 슝안 지역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부지불식간에 동북아 역내에서 수도권 지역의 매력 경쟁이 시작됐다. 서울이 역내에서 훨씬 매력 있는 지역으로 바뀔 수 있는 계기가 생겼다. 부존자원의 최적 활용, 일류 행정제도 구축, 독특한 문화 창조가 쟁점이다.

눈을 감고 서울·도쿄·베이징 세 도시의 모습을 상상해보라. 서울은 인구, 경제 규모 측면에서 우위를 갖고 있지 못하다. 도쿄는 한복판에 위치한 황궁과 긴자 거리, 도쿄 스카이트리가 인상적이다. 근대 산업화와 현대를 연결하는 융합 이미지다. 베이징은 쯔진청이 버티고 있다. 천년의 계획도시 면모를 유지하고 있다. 우리는 솔직히 유적·유산이나 근대 산업화의 족적이 미흡하다. 일본이나 중국의 기존 이미지와 경쟁하기 어렵다. 서울의 글로벌 이미지는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 초입에 도달한 성과이다. 이를 기반으로 역동적인 미래를 보여줘야 한다.

시원한 한강은 천혜의 세계적 자원이다. 남과 북으로 확실히 나뉜다. 남산타워와 산업화의 상징인 테헤란로도 있다. 이것으로는 좀 부족하다. 다행히 용산의 철도청 정비창 부지가 공터로 남아 있다. 용산 미군 기지도 개발을 기다리고 있다. 100여 년 만에 속국·식민지·분단국가의 유물을 독자적으로 요리할 수 있게 됐다. 이를 잘 활용해 정말 멋있는 지역으로 탈바꿈시켜야 한다. 콘크리트 경제는 일단 삽을 떠버리면 되돌리기가 쉽지 않다. 국책 사업으로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



우선 철저한 미관 영향 평가가 필요하다. 최고의 디자인과 공사가 융합돼야 하고 일류의 건축가, 최고의 도시계획가가 참여해야 한다. 스토리텔링을 위한 인문학자도 필요하다. 성냥갑형 건물을 배제하고 층고 다양화, 녹지 조성 등 최신식 주거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단순히 주택 보급률에만 급급할 것이 아니다. 용산 지역 강변에 인접한 기존 주거 시설을 포함해 공간 활용을 한 단계 높은 차원에서 고민해야 한다. 여타 강변 지역 개발과 차별화도 필요하다. 시장이 팔을 걷어붙이고 직접 나서 이해 당사자들을 설득할 필요도 있다. 서울시만이 아니다. 범정부 차원에서 전 국민의 예지를 모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스마트시티를 포괄하는 미래 도시의 향방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로부터 사람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매력이 있어야 한다. 한때는 북방의 싱가포르가 되자는 움직임이 있었다. 여의도의 역내 금융 허브 프로젝트도 있었다. 언젠가부터 슬그머니 사라졌다. 용산·한강변·여의도를 한 축으로 정보기술(IT)·금융 등 복합적인 기능을 입혀야 할 것이다. 일류 행정 구현이 중요하다. 세제 등도 선진적으로 바꿔야 한다.

서울의 독특한 문화 창조도 필요하다. 테헤란로와 잠실 지역을 또 한 축으로 K팝 등 새로운 문화의 발원지로 바꿀 수도 있다. 방탄소년단(BTS)의 활약은 긍정적인 신호다. 서울시가 아시아연합대학(가칭)을 출범하는 것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동아시아의 정체성을 확인할 수도 있다. IT 등 아시아적 미래 기술 개발과 선진 산업화를 달성해야 한다. 산학 협력이 그만큼 중요하다.

지금은 전 세계적 대전환의 시기다. 세계적 경제 분쟁이 치열해진다 해도 역내라는 울타리는 중요하다. 디지털 전환이 진전될수록 스마트 도시 권역 간 경쟁에 방점이 찍힐 수도 있다. 서울은 후발 주자로서 세계적 매력 지역으로 바꿀 절호의 기회가 왔다. 중국이 더욱 더 폐쇄적·국수적으로 간다면 서울이 반사이익을 얻을 수도 있다. 서울이 한중일의 핵심 허브 도시가 돼야 할 이유다. 잠재력은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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