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 산하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주관하는 국가전문자격시험 가운데 하나인 산업안전지도사 시험이 최근 1%대의 저조한 합격률로 응시생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다른 자격시험과 달리 유독 해당 분야 시험의 합격률이 지나치게 낮은 것은 ‘깜깜이’ 출제위원 선정 방식과 문제 난이도 등을 검증하는 시스템 부재의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2일 고용부 산하 한국산업인력공단에 따르면 지난 6월 5일 치러진 산업안전지도사 2차 시험 4개 과목 중 건설안전 분야에는 총 224명이 응모해 3명만 합격한 것으로 집계됐다. 합격률로 환산할 경우 1.3%에 불과한 수치다. 이는 산업안전지도사 내 다른 과목인 화공안전(49%)과 전기안전(45%)·기계안전(34%) 합격률에 비해 턱없이 낮은 숫자다. 더욱이 지난해 건설안전 분야 2차 시험에 116명이 응시해 22명이 합격해 19%의 합격률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불과 1년 만에 합격률이 급락한 셈이다.
이처럼 올해 산업안전지도사 합격률이 낮은 것은 시험문제를 출제하는 위원들이 ‘위원 풀(pool)’에서 무작위로 정해지는 방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무작위로 뽑다 보니 사전에 출제위원의 전문 분야를 알 수 없어 뽑힌 출제위원이 누구냐에 따라 시험문제가 특정 분야로 쏠리는 현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산업안전지도사 건설안전 분야 시험에서는 건설안전 전문가와 건축구조 분야 교수가 출제위원을 맡은 반면 올해는 토목 분야와 소방 분야 전문가가 문제를 출제했다.
특히 출제 이후 문제의 난이도 등 적정성을 확인하는 사후 검수 절차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시험을 주관하는 산업인력공단과 소관 부처인 고용부 사이의 소통도 엇박자를 냈다. 당초 취재가 시작되자 고용부는 올해 해당 시험의 출제위원 2명 모두 토목 분야 전문가라고 밝혔다가 이후 토목과 소방 분야 각 1명이라고 정정했다.
이번 시험에서 떨어진 응시생들은 지나치게 낮은 합격률에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한 응시생은 “토목시공기술사나 토목기사가 알아야 할 토공량 계산법을 묻는 문제가 나왔다”며 “산업재해 사고를 막는 역할을 하는 산업안전지도사가 알아야 할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2차 시험에 출제된 총 8개의 논술형 문제가 공법에 치중돼 현장의 안전전문가를 뽑는 시험 취지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응시생은 “시험의 난이도 조정이 실패한 만큼 재시험이 필요하다는 게 응시생들의 입장”이라며 고용부와 국민신문고 등 다양한 통로를 통해 민원을 제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고용부는 재시험을 치르는 방식으로 불합격자를 구제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다만 이번 시험에서 드러난 난이도 조정 등의 문제점을 고치기 위해 국가전문자격운영지침 개정 등 다양한 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출제위원 자동 선정 시스템을 활용하다 보니 올해는 토목 문제가 어렵고 건축 문제 비중이 적었다”면서 “앞으로 출제 문제에 대한 적정성을 확인하고 장기적으로 공인노무사시험에서 적용한 ‘최소합격제(득점 순으로 일정 인원을 선발하는 방식)’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산업안전지도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매년 응시 인원도 빠르게 늘고 있는 추세다. 실제 2018년 800여 명이던 전체 응시생이 올해는 2,300여 명으로 3년 새 3배 가까이 증가했다. 2018년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으로 지도사의 지위가 강화된 데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등 산업안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결과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주관하는 산업안전지도사 시험은 기계안전·전기안전·화공안전·건설안전 등 네 분야로 구성되며 1년에 단 한 차례만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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