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아내 김건희씨를 비방하는 내용이 담긴 이른바 ‘쥴리 벽화’로 논란이 된 서울 종로구 관철동의 중고서점 측이 문제가 된 벽화를 결국 흰 페인트로 모두 덮어버렸다. 서울 종로에 이어 충북 청원시 내수읍에 그려졌던 쥴리 벽화 역시 사라진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일 서점 관계자 등에 따르면 이 서점 측은 이날 오후 3시께 논란이 됐던 벽화 2점 위에 흰 페인트를 덧칠해 그림을 지웠다. 흰 페인트로 칠해진 벽화는 ‘쥴리의 남자들’ 등의 문구가 적힌 그림과 여성의 얼굴 옆에 ‘쥴리의 꿈! 영부인의 꿈!’이 쓰였던 그림이다. 문제가 되지 않은 나머지 벽화 4점은 그대로 남아 있다.
서점 대표 여모 씨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정치적 의도나 배후를 갖고 벽화를 설치한 것은 아닌데 벽화를 두고 너무 시끄러워져 직원들이 힘들어했다”며 “직원에게 오늘 중 문제가 된 벽화 2점을 아예 흰색 페인트로 칠해버리라고 했다”고 말했다. 직접 흰 페인트를 칠한 서점 직원 A씨는 “벽화가 논란이 된 후로 서점 앞에서 소란을 피우는 사람들 때문에 너무 힘들었다”며 “이제 벽화를 지웠으니 서점이 원래대로 조용해졌으면 하는 바람뿐”이라는 심경을 밝혔다.
서점 측은 지난달 말부터 벽화를 두고 논란이 확산하자 지난달 30일 지적된 ‘쥴리’ 관련 문구를 전부 흰 페인트로 덧칠해 지웠다.
충북 청주에 그려지던 쥴리 벽화 역시 사라졌다. 앞서 ‘친일파청산’이라는 닉네임을 쓰는 누리꾼은 지난달 31일 트위터에 ‘조만간 청주 쥴리의 남자 벽화 그립니다. 전국적으로 난리가 날 것 같다 예감에 (아고 큰일 낫네 윤서방)’라는 글을 올렸다.
그는 정확한 위치 등은 밝히지 않았지만, 사다리에 올라가 그림을 그리는 장면도 함께 공개했다. 충북도 확인 결과 그림이 그려진 곳은 청주시 청원구 내수읍에 위치한 컨테이너 벽면으로 파악됐다. 경찰 관계자는 “충북도에서 파악해 전달받은 결과 내수읍의 한 컨테이너 벽면에 그림이 그려졌다가 철거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위법 행위가 발견되지 않은 만큼 그림을 그린 사람이 누구인지는 추가 조사를 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 2일 오전 그림이 그려졌던 내수읍 도원리의 벽면 흰색 판은 뜯겨나간 상태다. 직접 현장을 확인한 한 시민은 “포털사이트 로드뷰를 통해 그림이 그려진 장소를 파악해 확인해보니 그림이 사라진 상태였다”며 “그림을 예고했던 네티즌이 자진 철거했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그림을 예고했던 네티즌이 해당 그림을 폐기한 건지, 다른 곳으로 옮긴 건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서울 종로와 충북 청주 두 곳의 쥴리 벽화가 모두 다 사라졌으나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일부 보수 성향 유튜버들은 종로에 위치한 중고서점 앞에서 항의 시위를 하며 소란을 피웠다. 스프레이 등으로 벽화 위에 비방 문구를 적는 이도 있었다. 지난달 31일 오후에는 한 유튜버가 여성 얼굴 그림과 ‘쥴리의 남자들’이란 문구가 적혀있던 벽화 부분 위에 검은 페인트를 칠해 서점 측이 이 유튜버를 재물손괴로 신고하기도 했다. 서점 측은 또 서점 안으로 들어와 직원과 손님들에게 ‘빨갱이’ 등 욕설을 한 이들을 모욕 혐의로 고소하고, 일부 보수 유튜버들을 영업방해 등으로 여러 차례 경찰에 신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시민단체는 벽화와 관련해 서점 대표 여씨 등을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온라인 상에서도 논쟁은 이어지고 있다. ‘명예훼손’과 ‘표현의 자유’를 둘러싸고 다른 의견을 가진 누리꾼들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윤 전 총장 대선 캠프 측에서는 ‘쥴리 벽화’와 관련해 법적 대응에 나서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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