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 체조 사상 첫 올림픽 메달을 목에 건 여서정(19·수원시청)이 집에 가면 언니와 함께 떡볶이가 먹고 싶다는 소감을 밝혔다. 아버지인 여홍철 경희대 교수를 언급하며 “아빠의 뒤를 잘 따라갈 것”이라는 포부도 밝혔다.
여서정은 지난 2일 일본 도쿄 올림픽 선수촌 미디어빌리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처음엔 올림픽 메달보다 기술 성공을 목표로 잡았다”며 "가족과 친구, 국민들이 응원해주신 덕분에 메달을 획득한 것 같다"며 입을 열었다. 그는 “경기가 끝난 뒤엔 많은 분의 축하 메시지를 받느라 선수촌에 늦게 늘어왔다”며 “아빠(여홍철 경희대 교수)는 2차 시기 착지가 당신과 거의 똑같았다고 농담하셨다”고 답했다. 여 교수는 1996 애틀랜타 대회 당시 착지가 다소 흔들렸는데, 여서정 역시 2차 시기에서 착지가 비슷한 자세로 흔들려 화제를 모았다.
앞서 여서정은 지난 1일 일본 도쿄 아리아케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여자 기계체조 도마 결선에서 1, 2차 시기 평균 14.733점을 획득해 동메달을 획득했다. 그는 1996 애틀랜타 대회 남자 도마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아버지 여홍철(50) 경희대 교수와 함께 대한민국 최초의 부녀(父女) 올림픽 메달리스트라는 역사를 썼다.
여서정은 ‘여홍철의 딸’이라는 부담감도 이제는 모두 벗어던진 듯했다. 그는 “아빠는 내가 본인의 그늘에 가려지는 게 많은 것 같다며 걱정을 많이 하셨다”며 “난 무엇으로 불리든 상관없다. 그저 아빠의 뒤를 잘 따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메달 획득 후 제대로 감사 표현을 하지 못한 어머니에게도 진심어린 인사를 전했다. 그는 “사실 힘들 때 아빠보다는 엄마와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눴고 위로받았다”며 “여기까지 오게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했다. 여서정의 어머니는 1994년 히로시마 아시안게임 체조 단체전 동메달을 획득한 김채은 씨다.
여서정은 이제 3년 뒤 열리는 2024 파리 올림픽을 바라보고 있다. 그는 “올림픽이 끝났으니, 기술 자세를 보완하는데 집중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여서정을 옆에서 도운 이정식 대표팀 감독은 “1차 시기를 앞두고 (여)서정의 얼굴에 자신감이 차 있어서 걱정하지 않고 편안하게 지켜봤다”면서도 “다만 2차 시기를 앞둔 서정이의 얼굴에 흥분한 감정이 보이더라. 흥분을 가라앉히기 위해 노력했는데 다소 아쉬운 결과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감독은 “국제대회 경험과 긴장감(을 다스리는 방법)은 앞으로 해결해야 할 부분”이라며 “동메달이라는 값진 결과를 만들어 자랑스럽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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