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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싱크홀' 우리집이 있었는데요…방금 없어졌어요

영화 '싱크홀' 스틸 / 사진=쇼박스 제공




재난 영화에서 유쾌함을 느낄 수 있다니 신박하고 색다르다. 거대한 재난 상황 속에서 무거운 분위기가 풍기지 않는 것이 어딘가 어색한 것 같기도 하지만, 어느새 분위기에 빨려 들어간다. 상상 속에서만 가능했던 싱크홀 속 현장감을 살려낸 대형 스케일이 볼거리를 풍성하게 만든다.

‘싱크홀’은 11년 만에 서울에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룬 동원(김성균)이 청운빌라로 이사 오면서 시작된다. 동원은 이사 첫날부터 청운빌라 주민 만수(차승원)과 티격태격하고, 아들 수찬이 집안에서 구슬 놀이를 하는 것을 보다가 집이 기운 것 같다는 의심을 하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직장 동료 김대리(이광수)와 인턴사원(김혜준)을 집들이에 초대했다가 청운 빌라가 통째로 싱크홀 속에 빠지면서 이들은 탈출을 위한 원 팀이 된다.

국내 최초로 싱크홀 현상을 영화화한 이 작품은 기발한 상상력의 집결체다. 싱크홀은 지반 침하 현상이라는 뜻으로, 1년에 평균 900건이 발생할 정도로 현실에 가깝게 온 재난이지만 아직은 낯선 유형이다. 김 감독 또한 직접 겪어보지 않은 일이기에 상상력에 기댔다. 그는 ‘만약 살고 있는 공간이 바닥으로 꺼지면 어떻게 될까?’라는 생각으로 빌라 한 동을 땅으로 꺼지는 설정을 잡았다. 지하 500m라는 설정도 쉽게 감이 안 잡힐 정도로 까마득하지만, ‘땅속 깊은 곳에서 어떤 사건이 일어날까?’라는 시선으로 시작해 싱크홀 속에 쏟아지는 흙과 바위, 물속 공간 등을 표현할 수 있었다.

영화 '싱크홀' 스틸 / 사진=쇼박스 제공


상상력을 기반으로 현실화된 ‘싱크홀’은 제작비 140억 원의 대규모 스케일을 자랑한다. 차승원이 “돈 들어간 티가 나는 영화”라고 자신할 정도로 곳곳에 공을 들인 티가 난다. 앞서 ‘타워’(2012)로 재난 영화를 연출한 경험이 있는 김 감독은 그간의 노하우를 집약했다. 초대형 재난 상황을 시각적으로 실감 나게 구현하기 위해 지하는 물론 지상 공간까지 신경 썼다. 5개월에 걸쳐 지은 대규모 풀 세트는 빌라와 각종 편의 시설까지 총 20채의 건물이 있어 실제 마을 같은 느낌이다. 여기에 CG까지 더해져 빌라 한 동이 통째로 땅속으로 꺼지는 장면은 긴장감과 몰입도를 높인다. 싱크홀 속 빌라는 짐벌 세트 위에 지어 건물이 무너지며 발생하는 흔들림을 전달하기에 충분하다.

이러한 대규모 프로덕션을 제외하고도 숱한 재난 영화 중 ‘싱크홀’이 특별한 건 코미디가 결합됐다는 점이다. 재난 영화에 코미디 장르를 넣은 것은 쉽게 볼 수 없는 신박한 시도다. 이 작품은 한결같이 유머를 잃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이 때문에 다소 어색하거나 오버스럽다고 느껴지는 부분도 있다. 긴박함 속에서도 줄곧 가벼운 느낌을 가져가고, 절박한 감정의 전달은 오히려 지상에서 피해자들을 애타게 기다리는 가족들이 담당하는 듯하다. 이처럼 강약 조절이 아쉽다고 느껴지는 부분이 있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조화롭다. 오히려 유쾌한 모습에 매료된다.



영화 '싱크홀' 스틸 / 사진=쇼박스 제공


‘싱크홀’만의 특색은 배우들의 팀워크에서 발휘된다. 차승원과 김성균은 티격태격하며 차진 호흡을 선보이고, 이광수는 ‘런닝맨’ 속 캐릭터가 연상되지만 단점이 아닌 장점으로 승화시켜 유쾌한 에너지를 불어넣는다. 이렇게 각양각색의 인물들이 절망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순간에도 힘을 모아 희망을 찾아 나서는 모습은 감동을 안긴다. 캐릭터의 개성이 짙어 인물 간의 갈등, 극적인 화해 같은 드라마가 있을 법도 하지만, 그런 뻔한 흐름을 과감히 빼면서 극의 유쾌함을 더했다.

재난 상황에서의 인간의 군상은 싱크홀 속만이 아닌 지상에서도 비춰진다. 한 치 앞을 모르는 깜깜한 싱크홀 속에서도 로맨스가 피어나고, 부성애와 모성애는 무엇보다도 강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반면 지상에서는 애타는 피해자 가족 옆에 자신의 안위가 우선인 이기적인 사람들도 있다. 유머러스함에 웃다가도 울컥하게 되는 부분이다. 11일 개봉.

영화 '싱크홀' 스틸 / 사진=쇼박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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