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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당신에겐 ‘음미력’이 있습니까





가혹한 코로나의 시대를 어떤 케이스 스터디도 없이 온몸으로 통과하고 있는 우리. 당연했던 것들을 너무나 많이 빼앗겨버린 우리. 그래서 우리에겐 그동안 없던 능력이 하나 생기고 있는 건 아닐까? 그것은 ‘음미력’ 아닐까. (…) 우리는 천천히 알아가는 중이다. 인생의 즐거움은 나이아가라 폭포 앞의 인증샷이 아니라, 꽤 괜찮게 커피를 내리는 집 근처에 새로 생긴 커피숍과 그날 비친 햇빛과 마침 들리는 음악과 별로 신기하지도 않은 내 말을 신기하다는 듯 들어주며 반대편에 앉아 있는 누군가의 존재에서 시작될 수도 있음을. (…) 거대하고 대단하고 새롭고 이국적인 것들에 가려져 있던, 작고 대수롭지 않고 늘 존재하던 것들에 눈길이 고이기 시작했음을. (유병욱, ‘없던 오늘’, 2021년 북하우스 펴냄)





이제 코로나와의 싸움은 너무 길어져서 마스크는 의복 같고, 코로나 끝나면 보자는 인사말은 허망해서 건네는 사람이 없어졌다. 카피라이터 유병욱은 우리가 한 번도 겪어본 적 ‘없던 오늘’에 대해 썼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사람의 몸을 아프게 하고 관계와 마음을 쓸쓸하게 만든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면 안 되고, 침 튀기며 수다 떨어서도 안 되고, 여럿이 모여 맛있는 것을 나누어 먹는 것도 안 된다. 이 불행한 사태 속에서 남과 거리를 두어야 하기 때문에, 혼자 남겨진 대가로 우리가 간신히 얻게 된 것이 있다면, 그것은 ‘음미력’이다. 우리는 사소한 행복을 그리워하고, 별거 아닌 것 같았던 일상이 사실은 얼마나 떠들썩하고 자잘한 축제의 연속이었는지를 생각한다. 가족의 소중함에 대해 실감하고, 새로운 사람을 사귀기보다 가까이 있는 사람들과 잘 지내는 일에 대해 궁리한다. 행복인 줄 몰랐던 행복들을 곱씹어 음미한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종식된 후에도 이런 감각을, 이 음미력을 유지할 수 있다면, 우리는 이전보다 조금 더 잘살 수 있지 않을까. 멀고 허황한 것엔 거리를 두고, 가까운 것들을 사랑하면서./이연실 문학동네 편집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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