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재무부가 오는 11월 5년 만에 국채 발행 규모를 축소할 것으로 보인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시기에 맞춰 채권 가격 하락을 방어하고 정부의 부채 규모를 줄여나가기 위한 조치로 분석된다.
4일(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미 재무부는 다음 분기 국채 발행 금액이 1,260억 달러(약 144조 원)로 변동이 없다면서도 11월에는 국채 발행 규모 축소를 제안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재무부는 최근 미국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는 가운데 경기 부양을 위한 재정지출의 필요성이 줄어들면서 국채 발행 규모를 축소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언급은 연준의 테이퍼링 개시 시점에 대한 논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나와 더 주목된다. 지난주에 연준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테이퍼링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히며 테이퍼링 시기가 임박했다는 신호는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다만 7월 고용 지표가 예상보다 나빠 테이퍼링이 연기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지만 인플레이션 우려는 여전하다.
연준이 국채 매입 규모를 줄일 경우 국채 가격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재무부는 연준의 테이퍼링 시기에 맞춰 국채 발행량을 축소하면 가격 하락 위험이 줄어들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연준은 현재 양적완화를 통해 매달 800달러 규모의 국채와 400달러 규모의 주택저당채권(MBS) 채권을 매입하고 있다.
마크 카바나 뱅크오브아메리카(BOA) 투자전략가는 “양적완화의 일정 부분이 제롬 파월 연준 의장에게서 재닛 옐런 재무장관에게로 넘어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