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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수칼럼] 청년 눈물의 씨앗

◆백상경제연구원장·서울경제 논설고문

"사회불평등 심화 원인은 임금정체"

억지논리 내세워 4년 내내 헛발질

애꿎은 청년들만 실업자로 내몰려

이젠 선동의 정치 브레이크 걸 때

오철수 백상경제연구원장




2014년 프랑스의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가 낸 책 하나가 세계적인 열풍을 몰고 왔다. 피케티는 ‘21세기 자본’을 통해 수백 년 동안 서구 사회에서의 자본 축적 과정과 이로 인해 파생된 불평등 문제를 진단했다. 무려 800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저서에서 피케티는 ‘자본 수익률이 경제성장률보다 높아지면 소득 불평등이 심화된다’고 결론 짓고 글로벌 누진적 자본세 부과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피케티의 이 제안은 이후 학계는 물론이고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상당 기간 논란의 대상이 됐다.

피케티 열풍이 한창이던 2015년 12월 장하성 당시 고려대 교수는 피케티와는 다른 각도에서 불평등 문제를 진단하는 책을 냈다. ‘왜 분노해야 하는가’라는 자극적인 제목이 붙은 이 책에서 장 교수는 우리 사회의 최대 불평등 요인으로 임금 불평등을 꼽았다. 그는 경제 성장의 대가가 근로자에게 돌아가지 않고 재벌 배만 불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청년들에게 불평등에 대해 분노하고 해결책을 요구하라고 부추겼다.

장 교수의 생각은 이후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의 밑바탕이 됐다. 그가 2017년 5월부터 1년 7개월 남짓 청와대 정책실장으로 있는 동안 소득 주도 성장이라는 이름하에 추진된 황당한 정책이 그것이다. 이 정책의 이론적 토대는 이렇다. ‘경제성장에 비해 임금 상승이 더디다’ ‘기업이 이익을 임금으로 제대로 배분하지 않는다’ ‘소득이 오르면 경제가 성장한다’. 이런 논리 아래 추진된 정책이 최저임금 대폭 인상과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이다. 한결같이 노동 분배에 초점을 맞춘 정책들이다.

그러면 이런 정책들이 청년들의 눈물을 닦아줬을까.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문재인 정부 들어 상황은 더 나빠졌다. 지난 6월 말 현재 취업자 수는 2,763만 7,000명으로 지난 4년 동안 89만 명이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는 박근혜 정부 4년 동안 늘어난 숫자(252만 명)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구직을 단념하는 사람도 58만 명으로 16개월 연속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다. 이 가운데 20대와 30대가 차지하는 비중이 50%에 육박한다. 청년 체감 실업률은 2017년 1분기 23.6%에서 올 1분기 26.5%로 급등했다. 역대 최고 수준이다.



단순히 일자리의 양만 부족한 게 아니다. 고용의 질은 더 나쁘다. 지난 5년간 괜찮은 일자리라 할 수 있는 제조업 일자리는 28만 개 이상 줄었다. 홍남기 부총리가 “고용 개선세가 뚜렷해지고 있다”고 자화자찬했지만 재정을 동원해 만들어낸 단기 아르바이트 자리만 넘쳐날 뿐 제대로 된 일자리는 찾아보기 힘들다. 이는 현 정부 들어 주 40시간 이상 근무하는 전일제 일자리가 195만 개나 사라졌다는 통계에서도 잘 나타난다. 이러니 청년들의 분노가 치솟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잘못된 정책을 수정하기는커녕 되레 더 밀어붙이고 있으니 걱정스럽다. 코로나19로 기업들이 생사를 넘나들고 있는데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대상 확대, 기업 규제 강화, 노조 편들기 등 일자리 창출에 역행하는 정책들만 봇물을 이루고 있다. 그 어디를 둘러봐도 생산성 향상이나 구조 개혁 등 우리 경제의 체질을 강화하려는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4차 산업혁명에 맞춰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만들어내기 위한 정책적 뒷받침도 거의 보이지 않는다.

재정으로 만든 일자리는 지속 가능성이 없다. 가뜩이나 고령화로 복지에 투입되는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데 언제까지나 공공 아르바이트 자리를 만드는 데 혈세를 물 쓰듯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기업들이 일자리를 만들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재정을 투입하지 않고도 일자리 창출이 얼마든지 가능한데 연일 헛발질만 하고 있으니 참으로 답답하다.

이런 추세가 다음 정권에서도 이어지면 청년들에게는 정말 희망이 없다. 지금이야말로 청년들이 목소리를 높여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소리만 요란한 선동정치는 이젠 끝내야 한다. 대신 제대로 된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 있는 현실적인 정책이 절실하다. 그런 면에서 내년 대통령 선거가 매우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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