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성이 확실한 아티스트는 역시 다르다. 가수 선미가 신박한 콘셉트의 '선미팝'으로 눈과 귀를 모두 만족시켰다. 새로운 시도에 겁내 하지 않은 그가 선택한 공포 영화 주인공 같은 파격 콘셉트는 올여름 새로운 신드롬을 만들어내기에 충분하다.
6일 오후 선미가 세 번째 미니앨범 '1/6'(6분의1)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진행했다.
'1/6'은 선미가 3년 만에 발표하는 미니앨범으로, 그동안 다양한 콘셉트의 싱글을 발표했던 선미의 내공이 집약됐다. “중력이 6분의 1인 달에서는, 근심의 무게도 6분의 1일까?”라는 궁금증에서 시작된 이번 앨범은 선미의 다양한 이야기가 담겼다. 그는 "이전 곡인 '꼬리'로 강한 인상을 남기고 싶었다면 이번에는 조금 더 가볍고 자유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듣는 이들이 조금이나마 가볍고 신나고 위로가 됐으면 한다"며 "2000년대 초반 Y2K 분위기를 통해 기존 콘셉트보다 밝고 무겁지 않게 풀어내봤다"고 설명했다.
타이틀곡인 '유 캔트 싯 위드 어스(You can’t sit with us)'는 연인에 대한 분노를 노래하고 있지만 경쾌한 멜로디의 곡이다. 선미가 기존에 선보인 곡들 중에서 가장 밝고 비트가 빠르다. 그는 "내가 온전하게 즐길 수 있는 bpm은 122 쯤인 것 같은데 이번에는 bpm 145"라며 "처음에는 소화하기 힘들었다. 익숙하지 않은 빠르기라 연습과 고민을 많이 거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밝고 신나고 경쾌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서늘한 선미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
뮤직비디오는 선미의 러블리한 모습으로 시작해 공포 영화 분위기로 반전을 맞는다. 선미가 살벌한 표정으로 좀비와 총격신을 펼치는 장면이 하이라이트다. 그는 "뮤직비디오를 찍기 전에 '킹덤', '부산행'에서 열연해 준 무술팀에게 액션 트레이닝을 받으면서 액션신을 준비했다. 시간이 별로 없어서 더 완벽하게 소화하지 못해 아쉽지만 감독님들이 매우 만족한 장면이다"라며 "짧은 신이었지만 체력이 정말 많이 필요하더라. 힘든 것보다 즐거운 마음이 더 큰 촬영이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선미는 이날 오후 7시 메타버스와 XR을 접목한 쇼케이스를 개최한다. 비대면의 가상현실 플랫폼과 현실을 잇는 세계관 스토리텔링 콘텐츠와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혼합현실(MR)을 총망라한 확장현실(XR)기술을 활용한 무대를 보여줄 예정이다. 그는 "해외에서는 XR 기술을 활용한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는데, 곧 확장 현실을 통한 공연 문화가 정착되지 않을까 싶다"며 "공간에 제약이 없기 때문에 시각적으로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할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다.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많은 분들이 경험해보고 싶어 할 것 같다. 몇 년 후에 더 많은 발전이 돼 어떤 걸 또 구현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고 새로운 시도에 대한 기대를 감추지 않았다.
선미는 그간 '누아르'·'날라리'·'보라빛 밤'·'꼬리' 등 싱글을 끊임없이 발표했지만, 미니앨범 발표는 3년 만이다. 그는 미니 앨범 발표가 늦어진 것에 대해 "내가 직접 곡을 만들다 보니 앨범 단위의 형태가 이루어지면 작업하는 시간이 길어진다. 그렇게 하다 보면 팬들이 기다리는 시간들이 훨씬 더 길어지게 되니 싱글을 발표했고, 미니앨범은 늦어졌다"고 밝혔다.
'솔로퀸' 수식어를 놓치지 않고 있는 그는 부담감을 내려놓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데뷔 15년 차이자 솔로로는 9년 차가 됐다"는 그는 "여전히 나를 기다려주고 기대해 주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서 감사한 마음이 크다. 그래서인지 부담은 언제나 늘 항상 가지고 있다"며 "어느 정도의 부담감은 꼭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부담을 가진다는 것은 책임감 또한 갖고 있는 거라는 생각"이라고 전했다.
선미는 많은 후배 걸그룹들의 롤모델이기도 하다. 그는 후배들에게 "모든 곡에 의미를 둘 순 없지만 본인만의 이야기를 만들면 좋을 것 같다"며 "비주얼적인 콘셉트는 한계가 있지만 어떤 이야기를 하느냐는 한계가 없다. 자기 자신이 무엇을 할 때 가장 자신감이 생기는지 스스로를 돌아보라고 말해주고 싶다"고 애정 어린 조언을 남겼다.
올해 30대로 접어든 선미는 나이와 상관없이 계속해서 새로운 도전을 할 예정이다. 전작 '꼬리' 쇼케이스에서 "30대의 첫걸음을 떼게 돼 좋다"고 했던 선미는 서른 살의 절반을 보낸 현재 "정말 별다른 체감이 안 나서 당황스럽다. 어릴 때는 서른이라는 나이가 정말 어른 같았는데, 나는 아직 어른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한편으로는 내가 앞으로 더 많은 걸 해볼 수 있겠다는 자신감과 확신이 든다"며 "요즘에는 나이가 숫자에 불과한 것 같다. 새롭고 궁금하다고 느끼면 계속 사람들이 찾아주는 것 같다"고 현재진행형인 것을 강조했다.
한편 매 앨범마다 새로운 시도를 멈추지 않는 선미의 새 일범 '1/6'은 6일 오후 6시 각종 음원사이트를 통해 공개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