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기도 분당의 한 프랜차이즈 김밥 전문점에서 발생한 ‘집단 식중독’ 사태의 불똥이 애꿎은 일반 김밥 가게들로 튀고 있다. 여름철 식중독 감염 우려로 김밥을 찾는 소비자들의 발길이 끊기면서 일부 가게의 경우 매출이 일주일 새 반 토막 난 실정이다.
9일 서울경제 취재진이 만난 서울 시내 10여 곳의 김밥집 업주들은 이구동성으로 ‘분당 김밥 전문점 식중독 사태’ 이후 김밥을 찾는 손님들이 눈에 띄게 줄었다고 토로했다. 서초구의 한 김밥집 사장 이 모(34) 씨는 “우리 가게는 김밥 외에 다른 메뉴가 거의 없는 탓에 지난 토요일(7일) 매출이 직전 주의 반 토막이 났다”고 말했다. 마포구 공덕역 인근에서 김밥집을 운영하는 신 모(50) 씨도 “며칠째 대부분의 손님들이 김밥을 피해 다른 메뉴를 주문하고 있다”며 “평소 김밥 판매량의 20% 정도만 팔리고 있다”고 전했다.
분당 김밥 전문점 식중독 사태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셈이다. 성남시에 따르면 김밥 전문점 두 곳에서 발생한 식중독 의심 환자는 현재까지 총 276명에 이른다. 정확한 발생 원인은 아직 조사 중이지만 보건 당국은 살모넬라균에 의한 ‘교차 오염’이 집단 식중독을 일으켰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살모넬라균에 오염된 식재료를 완전히 가열하지 않거나 오염된 식재료를 만진 후 손을 씻지 않고 다른 식재료나 조리 도구를 만진 것이 원인이 됐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해당 음식점에서 계란 지단을 대용량으로 사용한 것이 식중독 사태의 발단이 됐다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계란은 살모넬라균 오염 우려가 높은 대표적 식품 중 하나다.
시중의 일반 김밥 가게 업주들은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신 씨는 “여름철에는 조금만 시큼한 맛이 나도 불안해하는 손님들이 많아 각별히 신경 쓰다 보니 8년 동안 식중독으로 문제된 적이 한 번도 없었다”며 “정작 문제가 된 가게는 다른 곳인데 애꿎은 우리만 피해를 보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마포구의 또 다른 김밥집 사장 김 모 씨도 “배송 받은 계란 껍질에 이물질이 조금이라도 묻어 있으면 바로 반품시키고 근처 시장에서 직접 신선한 계란을 사서 쓴다”며 “여름에는 재료도 무조건 당일 소진하고 남으면 폐기하는데 이런 사태가 터져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의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업주들이 안전 수칙을 철저히 준수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림으로써 소비자 불신을 해소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최근 문제된 곳이 프랜차이즈 지점이다 보니 그 피해가 다른 지점이나 더 나아가 다른 식당까지 확산할 수 있다”며 “본사가 위생 수칙을 표준화해 각 지점들이 철저히 지키도록 하고, 가게에 위생 수칙 관련 안내문을 붙여 소비자들에게 알리는 등의 방식으로 불안감을 경감시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박영생 변호사는 공동 소송 플랫폼 ‘화난사람들’에서 집단 식중독이 발생한 프랜차이즈 업체에 대한 손해배상 집단소송인단 모집에 착수했다. 지난 6일부터 이날 오후까지 손해배상 소송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피해자는 80여 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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