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중장년 1인가구의 삶과 정책수요’ 두 번째 편에서는 중장년 1인가구를 대상으로 한 심층인터뷰 결과를 토대로 이들의 사회적관계, 경제적상황, 일상생활 실태에 대해 파악해 보고 중장년 1인가구가 바라는 현실적인 지원안이 무엇인지 살펴보고자 한다.
중장년은 생애주기 상 퇴직을 경험하고, 건강상의 문제가 일상생활에 많은 영향을 끼치기 시작한다. 가족관계에서 이혼, 사별 등을 경험하게 되기도 하고, 청년 및 노인세대와는 다른 가치관을 가진 세대라 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중장년 1인가구가 겪는 사회적관계의 특성과 경제적 상황, 일상생활에서 겪게 되는 어려움 등이 다른 세대와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중장년 세대는 관계의 확장을 위해 나이, 가족, 직업 등 개인적 정보에 대한 교류를 관계의 주된 수단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중장년 1인가구는 1인가구에 대한 편견의 경험을 통해 사회적 관계의 단절을 겪는 이유다. 1인가구를 이기주의, 힘든 사람, 부족하거나 모자란 사람 등으로 인식하는 사회적 편견을 경험하는 경우 1인가구임을 드러내지 않거나 교류를 단절하게 된다. 또한, 퇴직 후 조직 생활의 단절이 사회적 관계의 단절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 우리나라 사람들이 지금은 그나마 좋아졌는데, 혼자 사는 사람들에 대한 편견이 있어요. 그러다 보니까 오히려 사람 만나는 게 싫어지는 거야. (남성, 50대)
# 왜 이렇게 남편 얘기를 통 안 해? 이러는데... 관계가 어느 선에서 딱 멈추고, 더 이상 가까워지지를 않더라고요 (여성, 60대)
# 제가 논 지가 2년이 되어 가고 있는데, 뭐라고 할까? 감방같아요....사회친구들도 끊기고 동네친구들 끊기고 다 끊겨요(여성, 60대)
경제적 상황에 대해 중장년 1인 가구가 가장 고민하는 부분은 스스로 온전히 생계를 책임져야 한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생계유지와 노후준비를 위한 일자리는 필수적이라고 인식한다. 퇴직 후 연금수령 전까지 일자리를 필요로 하지만, 연령상의 이유로 재취업이 쉽지 않고 건강상태가 좋지 않을 경우는 근로시간이나 유형 등에 제약을 가지게 된다. 생계유지가 힘든 경우 도움을 요청할 곳이 없어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 생활비가 부족하니까 저는 대출을 3년째… 모든 경제활동이나 사회활동을 책임을 져야 되잖아. 그런데 이런 게 길이 없어요. 생활비가 부족해도 누구한테 손을 내밀 데가 없어요. (여성, 60대)
# 50대 중반 넘어 자영업을 시작하니 마땅히 할 게 없고... 일자리를 찾고 있지만 마땅치 않다는 게 있고(여성, 60대)
# 구청에서 모집하는 희망일자리찾기 라는 프로그램이 있었어요... 문제는 한시적이니까... (남성, 60대)
# 아무래도 나이가 들면 육체적으로 하는 일은 동반하는 병들이 오더라고요.(여성, 60대)
일상생활에서 중장년 1인가구가 겪는 어려움은 청년 1인가구와 노인 1인가구가 겪는 어려움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주거문제에 있어 전월세 비용 인상에 따른 경제적 부담감이 가중될 수 있으며, 거주 지역 안전 및 치안에 대한 걱정 또한 다른 세대와 크게 다르지 않다. 돌봐줄 사람이 없는 경우 고독사 위험에 대한 인식도 중장년 1인가구에게는 큰 고민거리로 작용하고 있다.
# 주거가 불안하면 내가 몇 년 살고 나서 쫓겨나야 하고 쫓겨나면 변두리로 가야하고..공허함이 더 많을 수밖에 없죠. (남성, 60대)
# 남자도 마찬가지에요. 저도 도둑맞았어요. 왜냐하면 도둑이라는 게 혼자 사는 거를 알고 와요. 도둑이 내가 빈 시간을 알고 오더라고요. (남성, 50대)
# 고독사가 너무 두려워서 존엄사를 정말 심각하게 고민하고 진짜 알아봤는데, 저는 벌써 기증하는 거 다 써 놨어요. 인체기증. (여성, 50대)
중장년 1인가구는 미혼, 이혼, 사별, 기러기 아빠 등 형성 원인이 다양하므로 사회적 관계의 확장을 위해서는 비슷한 경험을 가진 사람들과의 교류를 원하기도 한다. 또한, 1인가구에 대한 편견의 경험으로 인해 공통의 목적을 가진 모임을 선호하거나 적적함을 달랠 수 있도록 동년배를 만날 수 있는 교류의 장을 형성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인식한다.
# 미혼 1인가구 라는 것 하나 때문에 얘기를 하더라도 서로 이해가 되잖아요...이렇게 좀 특성에 맞게끔 짜여져서 운영이 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여성, 50대)
# 오후에 제가 수다를 그 동안 못 떨었던 그거를... 오후에 동년배인 컨설턴트 선생님하고 만나요. 그 분도 혼자 사신데서 같이 만나서 얘기해요...굉장히 에너지 혹은 삶의 활력소가 되거든요... (여성, 60대)
# 저는 인생학교 들어갔거든요. 거기에 들어가서 좋았던 게, 거기는 나이를 묻지 않고 직업을 묻지 않고, 정말 그게 마음에 들더라고요. (여성, 60대)
중장년 1인가구가 안정적인 경제적 상황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일자리 발굴이나 취업지원 등이 중요하게 요구된다. 생계유지를 위해 필수적인 일자리 지원 시 상대적으로 경제적 취약성을 가진 중장년 1인가구에 대해 우대가 필요하며 중장년에게 적합한 일자리 발굴이 이뤄져야 한다고 인식한다.
# 혼자인 사람들에게도 그런 혜택을 주면 좋겠어요. 저번에 00에서 일자리가 있었는데 떨어졌어요. 탈북민, 저소득층들은 그런 우대조건들이 있으니까...(여성, 60대)
# 완전히 전문적인 것은 아니더라도 비슷한 일을 많이 만들어 주셔서 꾸준히 일할 수 있는 것, 한 6시간 정도는 할 수 있거든요. (여성, 60대))
# 저는 바리스타에 관심이 있어서 그런 부분도 좀 중년일자리로 좀 문이 열렸으면 하는 생각이 들어요. 나이 때문에 지원조차 안 되더라고요..(여성, 50대)
일상생활에서 중장년 1인가구의 건강에 대한 염려와 고독사에 대한 불안, 생계문제에 대한 어려움은 정부 차원의 차별 없는 복지서비스 강화와 안부전화 프로그램 등의 활용을 통해 개선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되기도 한다. 이와 더불어 주거문제는 공유주택이나 주거공동체 등에 대한 대안도 제시됐다.
# 국가에서 나 같은 사람이 있으면 부탁을 하면 알아보고 도움을 줬으면 그렇게까지 우울증까지 안 걸리고 생활이 자유로울 텐데… 이런 생각을 지나고 나서 하게 되더라고요 (여성, 60대)
# 연령층에 맞게끔 최소 체크를 해서, 뭐 전화를 하거나 우편을 발송하거나 또는 뭐를 하던가 해서 유도를 해서... 공평하게 전체적으로 다 그런 라인을 갖춰 줬으면 좋겠어. (남성, 60대)
쉐어하우스 형태로 뭔가 있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집에 대한 세금문제도 그렇고.... (여성, 50대)
# 청년만 필요한 게 아니에요. 저 같은 사람도 집 없는 사람이 많거든요. 그런 사람들에게도 청년주택처럼 공유주택이라던가..(여성, 60대)
중장년 1인가구 심층인터뷰 결과 사회적 관계와 경제적 상황, 일상생활 등에서 이들이 겪는 어려움이 다양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에 대한 지원은 단순히 고독사 예방을 위한 사회적관계의 확장이 아닌 1인가구의 삶의 질 향상 차원에서 생활 전반에 대한 종합적인 접근이 요구된다. 따라서 다음 칼럼에서는 중장년 1인가구에 대한 국가와 서울시 차원의 구체적인 지원안을 제시해보고자 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