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가석방심사위원회 결정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3일 석방되나 삼성그룹이 사법 리스크를 100% 해소하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 삼성그룹은 당장 이 부회장의 경영권 부정 승계, 삼성바이오 분식 회계 의혹 등 굵직한 재판이 진행 중이다. 게다가 공정거래위원회가 부당 지원 혐의로 삼성웰스토리를 고발한 데 따라 재차 검찰 수사를 받아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글로벌 경쟁 강화로 경영에만 신경을 써도 모자란 판에 ‘수사→기소→재판’이 끊임없이 반복되는 ‘뫼비우스의 띠’에 갇힌 모양새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박정제 부장판사)는 12일 계열회사 부당 합병, 회계 부정 등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에 대한 공판기일을 연다. 법원 휴정기 이후 첫 공판이다. 재판부는 지난해 10월과 올해 3월 2차례 공판준비기일을 거쳐 지금까지 총 10차례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이 부회장의 가석방이 허가되면서 12일 공판은 그가 옥중에서 출석하는 마지막 1심 재판이 됐다. 이 부회장은 같은 달 19일 예정된 재판부터 자유인 신분에서 공판에 참여한다. 일주일 뒤인 같은 달 25일에는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 회계 의혹에 대한 행정소송 재판도 예정돼 있다. 국정 농단이라는 대형 사건이 완료됐으나 여전히 중요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삼성그룹은 공정위 고발로 재차 검찰 수사선상에 오른 상태다. 대검찰청은 삼성전자와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을 고발한 사건을 지난 달 1일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에 배당했다. 검찰은 현재 공정위에서 자료를 넘겨받아 검토하는 등 수사 준비 작업을 진행 중으로 알려졌다. 두 개의 중요 재판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검찰이 재차 사정의 칼날을 겨누고 있는 셈이다. 사건 수사로 기소될 경우 삼성그룹의 사법 리스크는 한층 가중될 수 있다.
특히 연이은 재판과 검찰 수사는 이 부회장의 가석방 허가 이후 거취는 물론 삼성그룹에도 지대한 영향을 준다. 경영권 부정 승계 의혹 재판에서 실형 선고를 받을 경우 이 부회장은 다시 갇히는 신세로 전락할 수 있다. 또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 회계 의혹에 대한 행정소송에서 패하거나 삼성웰스토리 부당 지원 의혹을 겨냥한 수사에서 혐의가 입증되면 삼성그룹의 사법 리스크는 한층 커진다. 삼성그룹이 재판이나 검찰 수사에 한층 신경을 곧두세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현 정부 들어 삼성그룹에 대한 수사가 이어지면서 결국 2개의 재판과 1건의 검찰 수사가 동시에 이뤄지는 상황까지 이르렀다”며 “이 부회장이 가석방 결정으로 자유의 몸이 됐으나 삼성그룹의 사법 리스크 고민은 끝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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