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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부동산 정책 또 번복, 선거용 땜질 말고 제대로 수술해라


여권이 폐지를 예고했던 민간 임대 사업자 세제 혜택을 현행대로 유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임대 사업자에게 세금 폭탄을 던지면 주택 공급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지만 외려 등록 임대 매물이 급감해 임대차 시장 불안만 부추기는 실상에 직면하자 백지화로 가닥을 잡은 것이다.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채 ‘지르고 보기’식의 대책을 반복하다가 시장의 역풍을 불러온 셈이다.

이번 정책 번복은 과오를 뒤늦게나마 인정했다는 점에서 다행이지만 정부가 민간을 이길 수 있다는 잘못된 신념 때문에 국민의 피해만 키운 데 대해 분명한 사과가 있어야 한다. 여권은 앞서 지난해 6·17 대책 때 발표한 ‘재건축 2년 실거주’ 규제도 임대차 시장의 불안을 초래하자 지난달 철회했다. 하지만 상당수 집주인들은 정부 정책을 따르기 위해 이미 이주하고 세입자들은 ‘전세 난민’이 된 뒤였다. 오죽하면 “법을 장난으로 만드냐”는 불만이 터져 나오겠는가. 정책 번복 이후 강남 일부 아파트에서 전세 매물이 한 달 만에 세 배 급증한 것은 친시장 정책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일깨워준다.

여권이 연이어 설익은 대책을 거둬들이고 있지만 이념에 매몰된 갈라치기 정책은 한편에서 계속되고 있다. 위헌 논란에도 종합부동산세 ‘상위 2%’ 과세안을 밀어붙이고 억 원 단위로 반올림하는 ‘사사오입’ 방안을 강행하기로 한 것은 행정 편의주의의 단면이다.



정부와 여당은 내년 대선·지방선거만 바라보는 땜질 정책이 아니라 시장의 왜곡을 근본적으로 바로잡는 작업에 나서야 한다. 이를 위해 시장의 불안을 증폭시키는 핵심 요인인 임대차 3법은 당장 수술대에 올려야 한다. 아울러 적어도 1주택자에 대해서는 보유·거래세를 획기적으로 낮춰 매물이 돌 환경을 만들어줄 필요가 있다. 징벌적 세제와 일방적 수요 억제 정책으로는 부동산 가격 정상화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4년 이상 줄곧 지켜보지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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