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일본 소프트뱅크그룹이 당국의 규제 강화를 이유로 중국 기업에 대한 신규 투자를 전면 보류하겠다고 밝혔다. 올 2분기 실적이 40% 가까이 급감하는 등 중국의 규제 강화에 따른 소프트뱅크의 손해는 이미 현실화한 상태다.
10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손 회장은 이날 2분기 실적 발표 기자회견에서 중국 당국의 최근 규제를 종잡을 수 없다면서 리스크가 가라앉을 때까지 중국 기업에 대한 추가 투자를 보류하겠다고 밝혔다.
소프트뱅크는 그동안 중국의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를 비롯한 유망 테크 기업에 투자해 막대한 수익을 기록했다. 지난 3월 기준 소프트뱅크의 전체 투자 중 44%가량이 중국 기업이었다. 그러나 중국 당국이 자국 빅테크를 상대로 각종 규제를 쏟아내면서 주가 하락으로 인한 투자 손실을 소프트뱅크가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 소프트뱅크의 주요 투자처인 디디추싱은 당국의 만류에도 미국 증시 상장을 강행했다가 중국 ‘사이버 안보 조사 대상’에 올랐고 그 여파로 주가가 6월 말 대비 30%가량 뚝 떨어졌다.
이 같은 투자 손실로 소프트뱅크의 올 2분기 순이익은 69억 달러(약 7조 9,610억 원)로 1년 전보다 40%가량 줄었다. 중국 인공지능(AI) 기업 등에 집중 투자해온 소프트뱅크그룹 산하 비전펀드와 비전펀드2 등의 2분기 투자 수익도 26억 달러로 올 1분기(580억 달러)에 비해 크게 감소했다.
소프트뱅크는 또 2분기에 페이스북과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미국 기술주 또한 포트폴리오에서 덜어냈다고 밝혔다. 미국도 빅테크의 반독점 행위에 대한 규제를 강화한 데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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