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경선이 강성 지지자들의 과도한 행동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최근 이상민 민주당 선거관리위원장의 개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 남겨진 “장애인 주제에” “몸만 장애인 줄 알았는데 XXX(머리)도 장애”와 같은 혐오 표현들이 대표적이다. 당 선관위원장인 이 의원이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지사직 사퇴를 거론했다고 비판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이 위원장은 소아마비 후유증으로 휠체어를 탄다.
이보다 더한 일도 있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캠프 정무실장인 윤영찬 의원은 지난 9일 ‘광주 이리들’이라는 인물을 경찰에 고소했다. 이 지사의 지지자임을 자처한 이들은 윤 의원의 개인 메일로 “감옥에서 여생을 보내고 싶냐”고 협박했다. 심지어 윤 의원의 가족과 의원실 여직원에 대한 성범죄를 시사하기도 했다.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다.
강성 지지자의 과도한 언행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이 같은 현상은 지난 2017년 대선 당시 ‘양념’ 발언에서 뿌리를 찾을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지자들이 상대 후보에게 ‘문자 폭탄’을 퍼붓는 것을 두고 “경쟁을 아름답게 하는 양념”이라고 옹호했다. 대통령의 ‘승인’을 받은 문자 폭탄은 이후 민주당의 일상이 됐다. 문자를 넘어 메일·댓글로 영역도 확장했다. 한 정치 평론가의 표현을 빌리면 문 대통령이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젖힌 것이다.
후보들의 대응은 4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범법 행위에 가까운 일들이 벌어지고 있지만 남 일인 듯 물러서 있다. 이 지사 측은 오히려 “이 지사 지지자라고 단정 짓지 말라” “수사를 통해 누구 지지자인지 밝혀야 한다”고 항변하고 있다. 이 지사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지자가 비슷한 행동을 하면 캠프 차원에서 진정시킬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이 전 대표 캠프 관계자는 “시민에게 오더를 내릴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후보들이 나서지 않으니 판도라의 상자는 계속 열려 있다. 강성 지지자들은 오늘도 누군가에게 혐오 발언을 내뱉을 테다. 결국 해결의 열쇠는 ‘양념’의 수혜자가 쥐고 있다. 후보들이 나서 지지자들의 선 넘는 행동을 자제시켜야 한다. 혼자서 상자를 닫기 어렵다면 여섯 후보가 합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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