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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파식적] 새장경제론





“중국에는 금융 시스템이 존재하지 않는다. 대형 은행은 담보 없이는 움직이지 않고 혁신하려고 하면 규제가 가로막는다.” 마윈 알리바바 창업자가 지난해 10월 25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와이탄 금융 서밋’에서 이 말을 쏟아낼 때는 나름대로 계획이 있었을 듯하다. 금융·자본을 연결시켜 전 세계 소비자와 기업이 온라인 거래를 맘껏 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게 평소 그의 포부였으니 말이다. 다만 마윈은 이 포럼의 조직위원회 주석 천위안이 바로 앞 VIP 좌석에 앉아 자신을 뚫어지게 쏘아보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었다. 천위안은 중국 개혁개방기 때 새장경제론(鳥籠經濟論)을 창시한 천윈 부총리의 아들이다.

1982년 중국 경제정책 사령탑 역할을 하고 있던 천윈은 “새를 손에 쥐면 죽고 풀어두면 날아간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그는 시장을 새, 국가 통제를 새장에 비유하면서 “새는 새장 안에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1981년 제11기 6중전회에서는 “계획경제를 주로 하고 시장 조절은 보조적인 수단으로 삼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보수파의 거두 천윈은 경제정책에서 개혁파 지도자 덩샤오핑과 줄곧 대립각을 세우며 평생 경제특구에 한 번도 발을 딛지 않았을 정도로 ‘새장(계획경제)’에 대한 집착이 강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새장경제론자 앞에서 한껏 소신을 펼쳤던 마윈은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 했다. 지난해 11월에는 알리바바 산하 앤트그룹의 상장이 중단됐고 올해 4월에는 알리바바에 역대 최고인 3조 원대의 과징금이 부과됐다.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마윈은 요즘 취미로 그림을 그리며 조용히 지내고 있다고 한다.

최근 중국 관영 매체인 타랑칭녠은 알리바바를 비판하는 논평에서 “네티즌들은 권력만 새장에 가둬야 하는 것이 아니라 자본도 새장에 가둬야 한다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고 공격했다. 급기야 새장경제론이 대중에까지 확산하는 모양이다. 중국 공산당은 무엇이 두려운지 온갖 규제를 쏟아내면서 알리바바·텐센트·디디추싱 등을 길들이기에 여념이 없다. 하지만 큰 새(기업)들을 가두려다가는 새장(경제)까지 망가질 게 뻔하다. 시장 원리를 거스른 규제를 남발하는 우리 정부도 중국과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문성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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