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하루 확진자 수가 처음으로 2,000명대를 돌파하면서 방역 체계에 비상이 걸렸다. 신규 확진자 중 비(非)수도권 비중이 740명에 이를 정도로 확산 속도가 빠르다. 전파력 강한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어 확진자 수가 하루 3,000~4,000명대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고강도 거리 두기 조치에도 확산세가 수그러들기는커녕 더 커지는 양상이다.
이런데도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이동 자제’ ‘추가 접종’이 고작이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광복절 연휴 기간 집에서 머무르기 캠페인 계획까지 세웠다. “11월 집단면역 달성에 문제가 없다”는 말도 단골 메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최근의 확진자 수 증가는 델타 변이에 따른 전 세계적인 현상”이라면서 “우리는 다른 국가들보다 상대적으로 나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백신 확보 차질에 대해서는 사과조차 하지 않고 희망 고문으로 일관하니 답답한 일이다.
이 지경에 이른 것은 ‘K방역’을 자랑하다가 상황을 오판해 백신 확보에 실패한 정부의 책임이 크다. 모더나는 지난달 ‘공급 지연 발생’ 가능성을 밝혔지만 정부는 “8~9월 백신 물량은 차질 없이 도입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모더나가 8월 계획 물량의 절반 이하만 공급하겠다고 알려오면서 이 말은 허언이 돼버렸다. 백신 구매에 재량권이 없는 실무자들이 사후 문책 때문에 구매에 소극적인 것도 백신 부족을 초래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백신 입찰·조달 과정에서 발생할 책임을 면해주는 등 도입 시스템을 손질할 필요가 있다.
근본 해법은 백신을 충분히 확보해 접종률을 빨리 끌어올리는 것이다. 현재 15% 남짓인 백신 접종 완료율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리고 방역 정책을 보다 세밀하게 세워야 한다. 돌파감염이 확산되자 부스터샷을 위한 추가 백신 확보에 공격적으로 나서는 선진국을 본받을 일이다. 문재인 정부도 정권의 명운을 걸고 백신을 확보해야 한다. 더 우왕좌왕하다가는 백신을 구하지 못해 국민 고통이 커지고 경제에도 충격이 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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