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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과학기술 경쟁력 ‘속빈 강정’… 이래도 소부장 자립 운운하나


우리나라가 지난 30년간 주요 경제지표에서 일본을 따라잡았지만 과학기술 경쟁력은 한참 뒤처져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광복절을 앞두고 12일 내놓은 ‘1990년 이후 한국과 일본 간 경제·경쟁력 격차 변화’에 따르면 구매력 기준 1인당 국내총생산(GDP), 국가 신용등급 등 대다수 경제지표에서 한국이 일본을 앞섰다.

하지만 국가의 미래 경쟁력을 보여주는 과학기술 분야는 사정이 다르다. 글로벌 연구개발(R&D) 1,000대 투자 기업 수(2020년 기준)가 일본은 140개인데 한국은 25개에 불과하다. 산업의 뿌리로 불리는 소재·부품의 대일 적자 규모는 지난해 154억 달러로 1994년(83억 달러)보다 2배 가까이 불어났다. 2019년 반도체 소재 등에 대한 일본의 수출 규제 이후 소부장(소재·부품·장비)이 ‘탈(脫)일본 했다’는 정부의 장담과는 거리가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7월 “수출 규제를 소부장 자립도를 높이는 계기로 만들었다”고 평가했지만 대일 적자는 외려 늘었다. 소부장 독립이 실속 없는 ‘속 빈 강정’이었던 셈이다.

이는 기초과학과 원천 기술의 경쟁력과 직결되는 노벨 과학상 수상자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한국은 수상자가 전무하지만 일본은 지난해까지 24명에 달한다. 미국 스탠퍼드대의 조사에서도 인공지능(AI) 관련 논문 수와 연구 인력 모두 일본과 달리 10위권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이런 상황인데도 우리는 낡은 규제로 인재 확보도 제대로 못하고 있다. AI 인재 양성소인 서울대 데이터사이언스대학원은 수도권 대학 정원 규제에 막혀 한 해 석사 40명, 박사 15명밖에 뽑지 못하고 있다. 국가 차원의 전폭적인 투자로 고급 두뇌 양성에 나서는 선진국들이 부러울 따름이다. 미래 경쟁력의 관건은 초격차 기술 확보다. 이를 위해서는 과학기술의 경쟁력을 끌어올려야 한다. 정부는 교육개혁을 통해 인재 양성 계획을 원점에서 다시 짜고 예산·세제 등 가능한 수단을 총동원해 기업 연구개발(R&D)과 대학의 기초과학 연구를 지원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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