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중후반 이후 태어난 ‘Z세대’가 트렌드를 이끄는 존재로 올라선 가운데 팝계에서는 벌써 2000년대생이 음악적으로나 대중적으로나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갓 20대에 진입했거나 진입을 앞두고 있는 2000년대생 뮤지션들이 잇따라 빌보드 싱글·앨범차트를 접수하는 건 물론 평단으로부터도 호평을 받는 일이 이상하지 않다.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버터’(Butter)가 장기집권에서 내려온 지난 14일자 빌보드 메인 싱글차트 ‘핫100’의 1위는 호주 출신 2003년 8월생 래퍼 더 키드 라로이의 몫이었다. 더 키드 라로이가 팝스타 저스틴 비버와 함께 작업한 ‘스테이’(Stay)는 전주 4위에서 세 계단 오른 1위를 차지했다. 그의 첫 번째 빌보드 핫100 1위곡이다.
더 키드 라로이는 호주에서 활동을 시작해 미국으로 넘어온 지금 현지 힙합계에서 가장 주목 받는 래퍼 중 한 명이다. 호주의 그래미상이라 불리는 ARIA 뮤직 어워즈에서 지난해 역대 최연소로 신인상, 최우수 남성 아티스트상 후보로 지명됐다. ‘스테이’가 실린 첫 공식 믹스테이프 ‘F**k Love’는 최근 빌보드 메인 앨범차트인 빌보드 200에서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 앨범은 지난해 8월 처음 발매된 당시에는 8위를 기록했으나 이후 계속해서 수록곡을 추가한 버전을 내놓으며 순위를 끌어올렸다.
2001년생 팝스타 빌리 아일리시도 지난 달 30일 발매한 정규 2집 ‘해피어 댄 에버’(Happier Than Ever)로 14일자 빌보드200 1위를 차지하며 화려한 신고식을 했다. 동명의 타이틀곡을 비롯해 ‘게팅 올더’(Getting Older), ‘빌리 보사노바’(Billie Bossa Nova), ‘옥시토신’(Oxytocin) 등 6곡이 빌보드 핫100 차트에 진입시키기도 했다. 그는 새 앨범에서 글로벌 팝스타로 성장하면서 겪은 희로애락의 감정을 솔직하게 담아냈다. 앨범은 청소년 시절 우울증, 신체이형장애 등 개인적인 트라우마도 더 깊이 들여다보고 있다.
평단에서도 호평을 보내고 있다. 영국 NME는 이번 앨범에 대해 “빌리 아일리시를 그의 세대에서 가장 중요한 팝 아티스트 중 하나로 완전히 자리매김하게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음악전문지 스핀도 타이틀곡에 대해 “타이틀곡이 파워풀한 발라드에서 메탈리카를 연상케 하는 일렉트릭기타가 폭발할 때 그의 보컬도 속삭임에서 절규로 이어지는 순간은 앨범 전체에서 가장 야심찬 대목”이라고 분석했다.
올해 데뷔곡 ‘드라이버스 라이선스’(drivers lisence)로 빌보드 핫100 차트에서 8주간 1위를 차지했던 ‘괴물 신인’ 올리비아 로드리고도 2003년생의 만 18세다. 그래미 어워즈 신인상 후보로 일찌감치 거론되고 있는 로드리고는 자신의 연애 이야기를 음악에 녹여 미국 Z세대들에게서 열광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이 곡은 단기간에 스포티파이 등 음원 서비스에서 가장 높은 스트리밍 횟수를 기록할 정도로 높은 인기를 모았다.
이후 4월 발매한 데뷔 앨범 ‘사워’(SOUR)는 발매와 동시에 빌보드 앨범차트 1위로 직행했으며, 이후 5주간 1위에 올랐다. 최신 차트에서도 3위를 유지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 앨범에 대해 “미묘하고도 예외적 데뷔앨범”이라며 “복잡한 감정적 상황을 정확한 언어로 표현하고, 대중적 패션으로 사적인 이야기를 한다”고 평가했다. 이 앨범 수록곡은 모두 빌보드 핫100 차트에 진입하며 인기를 성적으로 증명했다. 리드 싱글인 ‘굿 포 유’(good 4 u)는 대중적인 팝 록 장르의 곡으로 발매 후 줄곧 빌보드 핫100 차트에서 BTS의 ‘버터’를 이어 2위를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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