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가 이끄는 보수단체 국민혁명당 등의 변형 광복절 집회를 막기 위해 서울 도심 곳곳에서 교통 통제가 이뤄지면서 애꿎은 시민들의 불편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15일 오전 국민혁명당 등이 참여하는 ‘815 광복절 기념 국민걷기운동’의 주요 코스로 알려진 서울역, 시청, 광화문 등 서울 도심 곳곳에 차벽과 펜스가 설치됐다. 경찰은 시 경계 지역, 도심, 대교 등에 81개의 검문소를 설치, 3중 검문 체계를 구축해 집회에 대비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광복절 보수 단체 집회로 수만명이 모였던 종로구 세종대로 인근의 인도와 각종 길목에 경찰 병력을 배치해 집회 관련 움직임을 주시 중이다.
다만 길목길목이 통제되면서 불편함을 호소하는 시민들도 곳곳에서 속출했다. 지하철을 타기 위해 서소문 인근에서부터 시청역까지 걸어왔다는 황모(69)씨는 지하철역 입구가 막혀 결국 버스를 타기 위해 왔던 길을 다시 돌아가야 했다. 황씨는 “집회 통제하는 건 좋은데 지금 사람도 몇 명 없는데 이렇게까지 통제할 필요가 있느냐. 1km를 걸어왔는데 돌아가야 할 상황”이라며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시각장애인 부친을 모시고 함께 목적지로 향하던 김모(45) 씨도 “펜스가 하도 많아서 아버지께서 평소면 15분이면 갈 것을 30분 넘게 걷고 있는 중이다”며 “이럴 줄 알았으면 대중교통을 타든 했을 것”이라고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이날 오전 8시부터 강남·북을 잇는 서울 19개 대교에 임시 검문소가 설치됐다. 이날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대교 위에서 만난 교통 경찰관은 “대형 버스, 방송 차량 등을 중심으로 집회 의심 차량을 선별하고 있고 발견하면 귀가할 수 있도록 조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전 9시50분께 한관광버스가 경찰의 정차 요청을 받고 길가에 섰다. 검문 결과 버스 안에는 한복을 입은 승객 6명이 타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서울의 한 예식장으로 향하는 중이었다고 밝혔다. 경찰은 마스크를 나눠주며 “집회 차단을 위해 검문 중”이라며 승객들에 양해를 부탁했다.
한편 국민혁명당은 이날 오전 예배를 마친 뒤 오후 3시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예고한 상태다. 정오 기준 동화면세점 앞에는 펜스 등이 설치돼 출입 자체가 어려워 향후 기습적으로 기자회견 장소가 바뀔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민혁명당 관계자는 “이번 걷기운동에는 집결 자체도 없을 것이고 각자가 알아서 코스를 걷는 운동 형식”이라며 기존 집회 형과 다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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