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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칼럼] 탄소 감축은 의지의 문제

파리드 자카리아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CNN ‘GPS’ 호스트

원전 퇴출 대신 추가 건설 나서고

개도국 석탄 → 천연가스 전환 설득

전기차 충전소·숲 적극 확대 추진

당장 할 수 있는 일에 초점 맞춰야

파리드 자카리아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CNN‘GPS’호스트




이번 주 발생한 일련의 사건은 갈피를 잡지 못하는 미국 에너지 정책의 현주소를 여실히 보여준다. 최근 유엔이 발표한 새로운 보고서는 기후변화가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어 여기에 대응할 시간적 여유가 사라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보고서가 나오기 무섭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기후변화에 지체 없이 대응해야 한다”는 반응을 내놓았다. 이틀 후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은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주요 산유국들을 향해 당초 합의한 목표치보다 석유 생산량을 늘릴 것을 촉구했고 바이든은 기다렸다는 듯 맞장구를 치고 나섰다. 그러자 파이낸셜타임스는 ‘바이든, OPEC에 가라사대 제발 더 많이 뽑아 올리렴’이라는 조롱 섞인 기사를 내보냈다.

미국의 에너지 정책은 역사와 함께 시작된 인류의 구태의연한 사고를 반영한다. 지난주 백악관은 미국 에너지 정책이 실패를 거듭하는 핵심 이유를 보여줬다. 백악관의 약속은 국민에게 전혀 부담을 주지 않고 어려운 선택을 할 필요 없이 탄소 배출이 없는 미래로 나아가겠다는 것이다.

지난 1990년 미국의 에너지 소모량 가운데 화석연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85%였다. 지금은 80% 정도다. 미국에너지정보청은 현재의 정책이 계속될 경우 오는 2050년에는 이 수치가 75%선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처럼 저조한 전망이 나오는 이유는 간단하다. 바로 정유 회사들의 영향력 때문이다. 화석연료는 놀라울 정도로 부존량이 풍부하고 용도 역시 다양하다. 게다가 화력이 좋고 이동이 용이하다. 이런 이유로 우리는 화석연료로 차를 움직이고 공장의 기계를 돌리며 음식을 만들고 난방을 한다.

이렇듯 다양한 용도를 지닌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는 유일하고 합리적인 방법은 가격을 높이는 것이다. 탄소세를 부과해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모든 동력원의 단가를 비싸게 하고 청정에너지원을 싸게 공급하는 것이다.

이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미국 에너지 정책의 최대 문제는 너무 많은 사람들이 어려운 선택 없이 탄소 배출량을 낮출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UC버클리가 지난해 공개한 보고서는 2035년까지 미국 내 전력 공급량의 90%를 청정에너지에서 뽑아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같은 기간 석탄 소모를 제로로 끌어내리고 천연가스 사용량을 70%까지 낮추면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수많은 선결 조건이 붙는다. 우선 전력 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공급망을 신속하고도 대대적으로 개선하고 송전선을 신설하며 전력 저장을 극적으로 확대하는 한편 미국 50개 주 전역의 전력 시스템 운영 방식을 바꿔야 한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최근 재생에너지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인구 밀집지에 송전선을 세우려던 시도는 10여 년의 싸움에도 무위로 돌아갔다.

또 다른 것은 재생에너지 산업에 대한 정부의 재정 보조를 유지하는 것이다. 수소 연료에서 전력 저장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기술 개발에 필요한 자금도 제공해야 한다. 한마디로 향후 10~20년간 지극히 효율적인 화석연료를 대체하는 신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전력 공급망을 앞당겨 개선할 방법은 분명히 존재한다. 그러나 지금 당장 탄소 배출량을 크게 줄여야 한다.

이를 위해 우리가 즉시 실행해야 할 일이 있다. 첫째, 원자력발전소는 퇴출할 것이 아니라 추가로 건설해야 한다. 핵 발전은 안정적인 전력 공급원일 뿐 아니라 탄소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다. 둘째, 석탄이 전력 공급에 차지하는 비중을 현재의 20%에서 제로로 끌어내려야 한다. 가능하다면 풍력·태양열 혹은 바이오매스로 대체해야 한다. 그러나 가장 쉽고도 빠른 방법은 탄소 배출량이 석탄의 절반에 불과한 천연가스를 사용하는 것이다. 또 석탄 기반 화력발전소 건설을 중단하는 대신 미국의 천연가스에 의존하는 발전소를 짓도록 개발도상국들을 설득해야 한다.

셋째, 전기차로 기존의 내부 연소 차량을 대체하고 수천 개의 전기차 충전소를 확충해야 한다. 넷째, 미국 온실가스 배출량의 25%는 제조업 분야에서 나온다. 하지만 제조업체들이 내뿜는 틴소를 제거하기는 힘들다. 따라서 탄소 포집 기술의 사용 확대를 의무화해야 한다. 여기에는 우리가 아는 가장 오래된 탄소 포집자가 포함돼야 한다. 바로 숲이다.

이런 모든 접근법에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얼마든지 해결이 가능하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이러한 조치들이 탄소 배출을 확실히 줄일 것이라는 점이다. 이것은 10년, 20년 뒤가 아니라 바로 내일부터 가능한 일이다.

지금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은 이것이다. 우리는 진심으로 당장 내일부터 탄소 배출을 줄이기 원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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