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은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에 함락된 지 이틀째인 16일(현지시간) 곳곳에서 총을 든 대원들을 볼 수 있는 가운데 조용한 하루를 맞았다고 영국 BBC 방송이 보도했다. 이들 대원은 이전까지 군경이 있던 검문소를 꿰차고 교통 통제, 차량 수색을 했으며, 특히 군경이 소유했던 차량을 집중 검문했다. 탈레반은 이들 차량을 속속 몰수하고 있는데, 그사이에 약탈범에게로 흘러 들어간 차량을 찾아내기 위해서라고 BBC는 전했다.
검문을 거쳐 시내로 들어서면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오히려 탈레반이 카불을 접수한 전날보다 더 조용해졌다고 BBC는 설명했다. 도로에 차량이 줄었고, 대부분의 상점이 문을 닫았다. 거리를 걸어가는 여성이 간혹 보이기는 했으며, 탈레반은 이를 저지하지 않았다고 BBC는 전했다. 이전까지 음악이 흘러나오던 호텔에서 더이상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고, 직원들은 긴장한 모습이었다.
BBC 취재진은 "도시는 여전히 움직이는 중"이라며 "놀랍게도 탈레반 대원들에게 '안녕하세요' '행운을 빕니다'라며 인사말을 건네는 주민도 있었다"고 보도했다. 취재진은 그러면서 "탈레반 대원들도 기쁜 것처럼 보였고, 이들 중 일부와 대화를 나눌 수도 있었다"면서 "대통령궁에서는 탈레반 대원들이 취재진의 입장을 차단했는데, 친근하게 대하는 모습이었다"고 덧붙였다.
반면 카불 공항으로 가는 길목에서는 "대재앙"이 벌어지고 있다. 2㎞ 남짓한 길을 따라 어린이를 데리고 가는 가족, 청년, 노인이 기나긴 행렬을 이뤘고, 이들은 걸어가다가 길 한복판에서 대기하기를 반복했다. 공항 주위에는 이미 1만명 이상이 몰려가 있는데, 입구에서는 중무장한 탈레반 대원들이 허공으로 총을 발사하며 해산을 시도했다. 이 때문에 담벼락에 올라타고, 철조망을 넘는 사람들도 속출했다.
공항 안에는 수천명이 모여있으며, 대부분 탑승권이나 여권 없이 공항에 온 사람들로, 일단 아무 비행기에라도 올라타면 다른 나라 어디라도 갈 수 있다는 생각이라고 BBC는 전했다. 하지만 공항 당국자들은 이미 사라져버렸으며, 어린이, 여성, 장애인을 포함한 이들에게 물이나 음식이 제공되지 않고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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