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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정 공동 노력으로 재취업프로그램 시작한 ‘보잉’…실직자에 실질적인 도움 준 대표 사례

[재취업 점프업] 이영민 숙명여자대학교 교수의 ‘재취업지원서비스, 그것이 알고싶다’ 4편

국내 기업들 재취업지원서비스 형태 크게 세 가지로 나눠져

미국 글로벌 500대 기업 70% 이상 재취업지원서비스 실시하고 있어

버블경제 붕괴 후 재취업지원서비스의 필요성 커진 일본

이미지=최정문




재취업관련 지원서비스를 하는 데 있어 이론보다 실제 적용이 중요하다. 이번에는 재취업지원서비스의 국내 및 해외 사례에 대해 살펴보려 한다.

국내 기업들의 재취업지원서비스 형태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사내 경력개발센터를 설립해 운영하거나 그룹 내 독립법인에서 주된 사업과 동시에 실시하는 방법, 퇴직자가 배출되는 시점에 외부의 재취업지원서비스 기관이나 회사에 의뢰하는 경우가 바로 그것이다.

A사는 사내 경력개발센터를 통해 재취업지원서비스를 운영하는 대표적인 기업이다. 전직지원프로그램의 내용은 크게 대상, 프로그램 내용, 제공방법에 따라 구분된다. 대상은 퇴직자나 퇴직예정자로 일반 직원 임원으로 나뉘며, 프로그램 내용은 전직지원프로그램, 생애설계 및 경력개발 프로그램으로 구분된다. 제공방법은 일대일 컨설팅, 집합교육, 워크숍, 현장체험으로 구성돼 있다. 전직지원프로그램의 프로세스를 단계별로 살펴보면 도입단계, 탐색단계, 실행단계, 사후관리단계로 이뤄진다. A사는 전직지원프로그램을 상시적으로 개설해 운영하는 방식이 아닌 전직지원 프로그램 신청자를 포함해 교육 신청자가 20명 이상일 때만 해당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A사의 일반 직원 퇴직자나 퇴직예정자 프로그램은 신청자를 대상으로 하루 4시간씩 매주 2회로 총 36시간 진행됐다. 특히 A사는 일자리 발굴팀의 적극적인 활동을 통해 직무 유관 기업과 중견 하청기업을 대상으로 잡매칭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A사는 일반 직원뿐 아니라 퇴직(예정) 임원을 대상으로도 별도의 전직지원프로그램을 제공 중이다. 프로그램의 내용은 임원들의 퇴직 이후의 직무역량 함양과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에서의 성공적인 역량 발휘, 일과 삶의 조화 등에 초점을 맞췄다.

다음은 그룹내 독립법인을 만들어 재취업지원서비스를 하는 사례다. C사는 2001년부터 ‘00 Life Service’라는 명칭으로 전직지원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최근에는 00 라이프 포털을 통해 전직지원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2015년에는 대기업 인재개발원이 출범하면서 이곳에서 전직지원프로그램을 위탁 운영 중이다. 서비스 대상자도 50세 이상의 모든 직원으로 확대해 시행했다. 필수 교육과정은 크게 생애설계, 재취업, 창업, 재테크 등 4개 분야로 구성돼 있다. 이밖에 국내에서는 민간 재취업지원서비스 회사에 의뢰해 진행하는 경우, 공공 재취업지원서비스 기관을 활용하는 경우 등이 있다.

인력 감축 대신 다양한 전직지원프로그램 제공한 일본

지금부터는 미국을 비롯한 각국의 재취업지원서비스에 대해 살펴보려 한다. 재취업지원서비스는 나라마다 노동시장의 유형에 따라 그 체계와 내용에 차이 있다. 미국은 전통적으로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높은 나라로 상대적으로 해고와 고용이 쉽게 이뤄지며, 퇴직관리가 체계적인 나라로 평가된다. 그러다 보니 퇴직자에게 전직지원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일찍 조성될 수 있었다.



미국은 경제지 ‘포춘(Fortune)’이 선정한 글로벌 500대 기업의 70% 이상이 전직 및 재취업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있을 정도로 재취업지원서비스가 잘 되어 있다. 지난 2009년 기업생산성연구소는 미국과 영국의 기업 중 80% 가량이 전직지원프로그램을 근로자들에게 제공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미국 기업 중 전직지원프로그램을 실시하는 대표적인 기업에는 보잉과 와이어하우저가 있다. 보잉의 재취업 프로그램은 퇴직자 지원을 위한 대표적인 정책 모델로 평가받는 노사정 3자 모델에 꼽히기도 한다. 보잉은 1989년 직원 수가 10만7,000명이었으나 1994년 2만명으로 감소했다. 이 과정에서 노조는 보잉과의 단체협상으로 QTTP(Quality Through Training Program)를 도입하기로 합의했다. QTTP는 현직 근로자와 해고된 근로자에게 직업훈련과 경력개발 기회를 지원하기 위해 노사 양증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프로그램이다. 보잉은 대량 해고를 진행하면서, 이로 인한 부정적인 결과를 감소시키기 위해 기존의 QTTP에 정부와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민간단체가 연합하고, 이를 통해 더욱 확장된 지원 모델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된다. 이에 따라 전미기계항공노조와 보잉은 주정부 및 훈련기관이 연대하는 광범위한 노사협의회를 1993년 4월에 만들었다. 노사정 공동의 노력으로 1993년 11월 보잉의 재취업 프로그램이 시작됐다. 보잉의 사례는 현재까지도 고용조정 대상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준 실직자 지원프로그램으로 평가되고 있다.

일본은 과거 우리나라처럼 평생직장을 견지한 국가였으나, 버블경제가 붕괴한 후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고용조정이 불가피해졌다. 중요한 것은 고용조정을 하는 데 있어 대량 인력감축은 지양하고 다양한 전직지원프로그램을 제공했다는 점이다. 일본의 전직지원프로그램은 ‘진로선택제도’라는 용어로 통용되고 있다. 기업에 따라 명칭은 다르게 사용하나 중장년층의 고용조정을 촉진해 조직을 활성화하기 위한 방법을 선택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진로선택제도는 조직퇴직우대제도, 전직지원제도, 출향제도, 독립지원제도, 직종전화제도 등 다섯 가지로 구분된다. 이중 조직퇴직우대제도는 퇴직금 지급률 상향조정과 퇴직금 플러스알파, 지급 시점에서 정년 취급 등 퇴직급 우대조치를 통해 퇴직을 촉진하는 방법이다.

독일의 경우 사회적 이슈에 대해 정부나 사회 파트너, 기업, 협회가 문제해결을 위해 상호협력의 태도를 중요시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특히 메르켈 정부가 들어서면서 실시된 ‘50+이니셔티브 정책’에는 50세 이상 근로자의 직업훈련, 고용알선, 자영업 설립, 비용지원, 채용시 사업주 보조금 지급 등의 내용이 포함돼 실업자의 직업 복귀와 고용안정을 견인하고 있다.

독일 다국적 기업인 지멘스는 회사 인력이 고령화됨에 따라 선제적으로 생애경력개발 계획수립이 필요해져 경력개발 프로그램인 컴파스 프로세스(compass process)를 도입하기에 이른다. 컴파스 프로세스의 대상은 자신의 능력과 현 위치를 파악해 대처해 나가기를 원하는 경력직원이었다. 이 프로그램의 진행 절차는 크게 4단계로 구성돼 있다. 1단계는 자신의 경력과 인생에 대한 회고로 상사, 동료, 고객으로부터 자신의 강점과 약점에 대한 피드백을 받는다. 2단계는 워크숍을 통한 1차 피드백 분석을 바탕으로 개인의 구체적인 경력개발 계획을 수립한다. 3단계는 회사와 관련된 경력계획에 대해 경영진과 인사팀과의 면담을 통해 계획의 현실성을 검토한다. 4단계는 수개월 후 두 차례의 워크숍을 실시해 개인별 프로젝트 진척 정도, 문제점 등을 점검하고 추가적인 방안을 수립한다.

컴파스 프로세스는 크게 성공을 거두게 되는데, 프로그램 초기 단계에서 회사 내의 중장년층뿐 아니라 젊은 연령층이 함께 참여해 중장년층의 직업능력개발 필요성에 대해 기업 구성원 모두가 공감한 데서 성공 요인을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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