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대여 투쟁을 하지 않고 당내 싸움에 몰두하는 것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이 대표는 대선 경선 후보 등록 전 토론회 개최 등을 놓고 윤석열 전 검찰총장 측과 내홍을 빚었다. 그는 이어 통화에서 ‘윤석열 정리’ 발언을 했는지 여부와 관련해 원희룡 전 제주지사와 녹취록 공개를 놓고 막장 수준의 진실 공방을 벌였다. 당 대표와 대선 주자들이 콩가루 집안처럼 내부 갈등으로 시간을 허비한다면 정권 교체는 더 멀어질 수밖에 없다.
가장 큰 문제는 야당 본연의 기능인 정권 비판과 견제 기능을 잃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이 대표는 취임 이후 당내 대선 주자를 깎아내리고 통합 파트너인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압박하는 데 신경 쓰느라 문재인 대통령과 거대 여당에 대한 비판을 거의 하지 않았다. 한때 확산되던 ‘정권 심판론’은 사그라지고 있다. 그러는 사이에 악법으로 지탄 받는 언론중재법, 드루킹·김경수의 댓글 조작 사건, 부동산 등 경제 실정, 청주 간첩 사건, 백신 부족, 여당 대선 주자들의 포퓰리즘 공약 등에 대한 이 대표의 날 선 비판을 들을 수 없었다. 심지어 원 전 지사와의 통화에서 ‘정부와 싸울 생각이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는 게 사실이라면 야당 당수의 책무를 걷어찬 셈이다. 여권의 독주를 견제·비판하면서 정권 교체를 위한 대안과 비전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제1 야당의 존재 이유가 없다. 당 일부에서 ‘이 대표 사퇴론’이 제기되는 것은 이런 배경 때문이다.
최근 국민의힘 의총에서는 이 대표에게 쓴소리가 쏟아졌다. 자기 홍보 정치를 그만하고 공정하게 대선 후보 경선을 관리하면서 거대 여당에 맞서 투쟁하라는 주문이다. 이 대표는 대선 경선과 관련해 선거관리위원장에 가장 중립적인 인사를 앉히고 한발 뒤로 물러나야 한다. 여권을 겨냥해 목소리를 높이되 당내 인사들에 대해서는 말을 아껴야 큰 정치인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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