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언론중재법을 강행 처리한 지 하루 만에 여당 내에서도 언론 자유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대선 주자인 박용진 민주당 의원이 언론의 감시·견제 기능 약화를 우려하며 뒤늦게 제동을 건 것이다. 또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유튜브가 이번 규제 대상에서 빠졌는지 몰랐다고 발언하는 등 졸속 입법 정황도 곳곳에서 드러났다. 국민의힘은 여당의 언론중재법 폭주와 관련해 “자유가 박탈된 탈레반 국가에서 살기보다 목숨을 걸고 싸워서 자유를 찾겠다”며 거세게 비판했다.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박 의원은 전날 밤 TV 토론회에서 “언론의 감시와 견제·비판 기능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우려가 있다”고 소신을 밝혔다. 그는 “돈 있고 힘 있고 배경 있는 사람들이 이 법으로 소송을 건다면 기자도 회사도 부담을 갖게 될 것”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그는 이어 “우리가 좋은 의지로 통과시켰는데 부메랑으로 돌아온 것들이 있다”며 “개혁의 부메랑이 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덧붙였다.
이 전 대표는 언론중재법이 졸속 입법임을 자인하는 발언을 했다. 그는 이날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진행자가 “왜 유튜브는 규제하지 않고 언론에 대한 규제만 강화하느냐”고 묻자 “거기에 유튜브가 제외돼 있는 것으로 돼 있느냐”고 되물었다. 유튜브 등이 규제 대상이 빠졌다는 사실을 모른 채 언론중재법을 옹호한 것이다. 이 전 대표가 당 대표 시절 운영했던 미디어상생·혁신TF는 유튜버 등이 가짜 뉴스로 피해를 줄 경우 피해액의 3배 이내로 보상하도록 하는 정보통신망법(윤영찬 의원 안)을 추진한 바 있다. 그러나 여당의 이번 언론규제법에는 이 같은 내용이 담겨 있지 않다. 이 전 대표는 이후 “(정보의) 생산과 소비 사이 유통 구조가 과거에는 단출했는데 요즘은 굉장히 다양하다. 모두 포괄돼야 한다”며 입법 보완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여당의 이 같은 졸속 입법에 대해 해외 언론인 단체는 연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해외 언론사 약 100개에 소속된 외신 기자로 구성된 서울외신클럽은 성명을 통해 “최근의 언론중재법 개정 움직임으로 그간 대한민국이 쌓아올린 국제적 이미지와 자유로운 언론 환경이 후퇴하게 될 위험에 빠지게 됐다”고 경고했다. 이어 “이 법안이 국회에서 전광석화로 처리되기보다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너라’는 한국 속담처럼 심사숙고하며 다양한 사회 구성원의 목소리를 듣기를 기대한다”고 촉구했다.
국민의힘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등을 통해 언론중재법 통과를 막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자유가 박탈된 탈레반 국가에서 살기보다 목숨 걸고 싸워서 인간답게 사는 길을 택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헌법재판 등을 동원해 국민 여론에 호소함과 아울러 법적·제도적 장치를 총동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주혜 국민의힘 원내대변인 역시 “국민의힘은 수적 열세지만 오는 24일 법사위에서 날치기 강행 처리한 법안의 문제점을 철저히 따지고 입법 폭거의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민의힘은 여당의 언론중재법 등 단독 처리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여야정 협의체에도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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