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퀸튜플보기’ 악몽이 불과 1주일 전의 일인데 박민지(23)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익숙한 우승 경쟁에 뛰어들었다.
20일 강원 정선의 하이원 리조트CC(파72)에서 계속된 국민쉼터 하이원 리조트 여자오픈(총상금 8억 원) 2라운드. 박민지는 18홀 동안 단 한 차례만 그린을 놓치는 빈틈없는 아이언 샷을 선보였다. 그린 적중률은 94%. 11번 홀(파5) 6m, 7번 홀(파4) 9m 버디 퍼트 등 먼 거리 버디도 홀 한가운데로 넣으면서 이름값을 했다. 9번 홀(파4) 4m 버디마저 넣은 박민지는 옅은 미소를 띠며 주말 라운드를 준비했다.
2언더파 공동 9위로 출발한 박민지는 이날 버디 6개와 보기 3개로 3타를 줄여 이틀 합계 5언더파 139타를 적었다. 10언더파로 선두인 이가영(22)에게 5타 뒤진 공동 4위(조아연)다.
올 시즌 무려 6승을 챙긴 ‘대세’ 박민지는 지난주 대유위니아 MBN 여자오픈에서 머리 띵한 ‘한 방’을 맞았다. 지난 13일 1라운드 6번 홀(파5)에서 규정 타수보다 5타나 더 치는 퀸튜플보기를 적은 것. 두 번째 샷 실수 뒤 잠정구를 치는 과정에서 이를 동반자들에게 알리지 않은 게 화근이 돼 총 4벌타를 받고 10타를 적었다. 2라운드 뒤 결국 컷 탈락한 박민지는 일부 골프 팬들이 동반자의 책임을 지적하자 소셜미디어를 통해 “명백한 제 잘못”이라고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3년 차 이가영은 데뷔 첫 승 쪽으로 한 발짝 더 다가갔다. 첫날 3위 그룹과 2타 차 공동 선두였는데 이날 보기 없이 버디만 5개를 보태 2위 그룹과 4타 차의 단독 선두로 치고 나갔다. 이가영은 이틀 동안 보기 없이 버디만 10개를 잡았다.
독주 채비를 갖췄지만 추격자들을 보면 여유로운 상황은 아니다. 박민지 외에 통산 7승의 오지현(25)도 고삐를 조이고 있다. 오지현은 버디 5개와 보기 1개로 4타를 줄이면서 합계 6언더파 공동 2위에 이름을 올렸다. 1일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에서 3년 만에 우승 물꼬를 튼 그는 시즌 2승을 노린다. 오지현은 시즌 첫 승 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선수 김시우(26)와 결혼을 전제로 교제 중임을 밝혀 화제가 되기도 했다.
첫날 공동 선두였던 허다빈(23)은 1타를 줄이는 데 그쳐 6언더파 공동 2위로 내려갔다. 디펜딩 챔피언 임희정(21)은 동기생 박현경(21) 등과 함께 4언더파를 기록했고, 1라운드에 공동 41위였던 장하나(29)는 발목 통증으로 2라운드를 앞두고 기권했다. 장하나는 올 시즌 평균 타수 부문 1위(69.65타)를 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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