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주재 미국 대사에 정통파 외교관 출신인 니컬러스 번스(65) 전 국무부 차관이 낙점됐다. 조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7개월 동안 미뤄왔던 주중 대사 임명이 아프가니스탄 사태 직후에 단행된 것이다. 미중 갈등 상황에서 운신의 폭이 크지는 않겠지만 일단 양국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21일(현지 시간) 미국 백악관은 보도 자료를 내고 번스 전 차관이 중국 대사로 지명됐다고 전했다. 번스 전 차관은 빌 클린턴 전 행정부에서 국무부 대변인과 그리스 대사를, 조지 W 부시 전 행정부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대사와 국무부 정무차관을 지내는 등 민주·공화당 정부에서 모두 활약한 전문 외교관 출신으로 현재는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교수다.
백악관은 번스 전 차관이 정무차관 시절 아프가니스탄과 유엔의 대이란 제재, 북한·인도태평양 지역의 미국 정책 등 다양한 이슈를 두고 중국 정부와 협의한 경력이 있다고 소개했다. 다만 중국 전문가로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와 관련해 외신들은 대체로 미국이 지난 10년간 전·현직 정치인을 주중 대사 자리에 앉힌 것과 비교할 때 정통 외교관인 번스의 지명은 주중 대사의 역할 변화를 의미한다는 평가를 내렸다. 미중 갈등을 증폭시킬 최전방 공격수보다는 양국의 가교 역할을 하며 소통을 강화시킬 인물을 택했다는 것이다.
탈레반의 아프간 장악 이후 중국과의 소통이 무엇보다 필요한 시기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이 대중 강경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협력 가능한 분야를 찾는 와중에 번스가 중요한 가교 역할을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중국 쪽의 반응도 비슷하다. 댜오다밍 인민대 교수는 펑파이와의 인터뷰에서 “미중 관계는 꼬여 있는 의제가 많다”고 전제한 뒤 “각종 현안에 있어 직업 외교관은 정치인과 달리 리스크를 초래하지 않고 온건하게 대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번스의 주중 대사 지명은 앞서 중국의 ‘늑대 전사’로 강경파인 친강이 주미 중국 대사로 부임한 것과 비교됐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미국의 대중 정책이 과도하게 정치화돼 있어 차기 미국 대사가 양국 관계 개선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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