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SH공사가 공급하는 매입임대주택 “공공주택의 역할을 못한 채 국민의 혈세만 낭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실련에 따르면 SH가 공공택지를 개발하면 원가에 약 2배는 저렴한 값에 공공주택을 공급할 수 있다.
이에 대해 SH공사는 “매입임대주택은 주거취약계층에게 ‘빠른 주거 공간'을 공급하는 것이 목적이므로 공공택지 개발의 택지비·건설비와 차이는 당연하다”며 “공공택지 개발은 한계가 있어 매입임대주택이 주거 취약계층의 주거 안정에 기여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러한 상황에 서울경제 부동산 매체 ‘집슐랭'은 법무법인 ‘정향’의 부동산 전문 김예림 변호사에게 ‘경실련과 SH의 주장의 타당성'에 관해 물었다.
‘매입임대주택’은 단지 ‘짝퉁주택’일까
공공택지 아파트는 SH, LH, 지자체와 같은 공공기관에서 비어있는 토지를 매입하고 사업을 진행해 초기 비용이 적다. 따라서 주변보다 시세도 저렴하고 주거 환경도 쾌적해 수요자들의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렇게 좋은 제도라 할지라도 단시간에 많은 입지적 요건을 충족할 큰 부지를 마련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또 당장 집이 필요한 수요자의 경우 오랜 시간동안 공공택지 아파트에 입주하기만을 기다릴 수도 없다. 이런 점들의 보완하기 위해 SH는 상대적으로 빠른 시일 내에 입주가 가능한 매입임대주택을 활용해 왔다.
하지만 이미 도심에 있는 주택들의 실거래가는 치솟아 많은 수요자들은 비용적 부담이 크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 때문에 경실련의 비판이 이어졌던 것. 이에 김 변호사는 “매입임대주택은 현재 시세대로 매매 계약하기 때문에 입지가 좋은 곳은 비싼 값으로 집을 사들일 수밖에 없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10~20년이 걸리는 공공택지 개발보다 신속하게 거처를 마련해주는 매입임대가 어느 정도 보완할 수 있는 제도라 필요성은 여전히 존재한다”고 말했다.
임대료 ‘시세의 몇 %’는 현실성 없어
공공택지 분양은 시세의 60~80% 수준으로 임대 주택을 공급하고 있다. 매입임대주택은 시세의 30~40% 수준이므로 공공택지 아파트보다 더 저렴하게 공급되고 있다. 매입임대주택의 시세반영률이 더 낮은 이유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저소득층에게 주거 공간을 마련해주기 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일부 수요자들은 “매입임대주택이 공공택지 분양에 들어가는 비용과 크게 다르지 않다”며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는 시세를 어떻게 책정할 것인가의 기준이 모호하다보니 일어나는 현상이다. 3기 신도시 중 하나인 인천 계양도 마찬가지다. 임대가를 결정할 때 주변 시세 중 최신축 공급가를 포함해 분양가가 더 비싸져 과연 ‘착한 분양가’가 맞는지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이에 대해 김 변호사는 실거래가의 구체적인 기준들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시세가 계속 변화하므로 임대료를 시세의 몇 프로로 공급하겠다는 것은 현실성이 없다"며 "매입가가 주변보다 저렴할지라도 세입자들의 부담이 줄지 않는 문제를 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매입임대주택, 폐지보다는 ‘보완’이 더 나아
SH는 그동안 매입임대를 결정해 온 심의의원회의 심의 기준을 공개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경실련은 "매입임대심의위원회가 매입가격과 매입지역을 공정하고 객관적이게 심의했는지 조사하고 비리가 있다면 처벌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또 특정 지역에 편중되게 매입한 결과로 매입임대의 약 24%가 공실률이라는 것에 문제를 제기했다.
저소득층에게 주거 공간을 마련한다는 좋은 취지와 상반되게 노후화된 주택의 방치와 열악한 주거환경도 개선해야 할 점이다. 이에 대해 김 변호사는 “폐지보다는 주거 만족도를 높이고 매입가를 투명하게 잡아가는 제도로 개선해야한다”며 "매입임대주택은 공공택지를 보완하고자 도입한 제도로 봐야지 이분법적으로 생각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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