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아슈라프 가니 아프가니스탄 대통령을 과신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뉴욕타임스(NYT)는 22일(현지시간) 바이든 행정부 아프간 철수계획이 어그러진 이유 중 하나로 '가니 대통령을 지나치게 믿은 것'을 꼽았다. 다른 이유로는 '시간이 넉넉하다고 착각한 것'과 '군 수뇌부가 아프간군 전투의지를 과대평가하고 미군 철군이 가져올 위축 효과를 과소평가한 것' 등을 제시했다.
NYT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과 가니 대통령은 지난 6월 25일 백악관 회담 당시 겉으론 서로에게 찬사를 보냈지만, 언론이 빠진 뒤엔 갈등을 빚었다. 당시 가니 대통령은 △미국에 협력한 아프간인들이 출국할 비자를 까다롭게 승인해줄 것 △아프간 정부에 대한 신뢰가 부족한 것처럼 보이지 않게 조용히 철군할 것 △공중 화력·정보 지원을 지속해줄 것 등 3가지를 요구했다. 이에 바이든 대통령은 공중지원과 조용한 철군에 동의했다. 실제로 미군은 철군을 거의 알리지 않고 기습적으로 시행해 야반도주 논란에 휘말리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가니 대통령에게 군병력을 넓고 얇게 배치해 모든 지역에서 탈레반과 싸우지 말고 요충지에만 집중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이 요구는 끝내 반영되지 않았다고 NYT는 설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가니 대통령과 만나고 일주일 뒤인 지난달 2일 언론에 "가니 정부가 유지할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상황이 나쁘게 돌아갈 때 비상계획도 있다는 점을 시사하면서도 "아프간인들은 미국이 유지해주는 공군력을 가지고 스스로 정부를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탈레반이 아프간 정부를 삽시간에 무너뜨렸다는 점에서 '스스로 정부를 유지할 능력이 있다'라는 평가는 결론적으로 오판이 됐다. '미국이 유지해주는 공군력'도 사실상 오판이었다. 당시 미국이 바그람 공군기지를 반환하면서 아프간 공군력 유지를 지원하던 미군 계약업체들도 미군과 함께 떠났고 이에 군과 정보당국에서 아프간군이 제공력을 유지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고 NYT는 설명했다.
가니 대통령은 아프간 정부가 탈레반에 항복하기 바로 전날인 이달 14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통화하면서 아프간을 끝까지 지키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당시 이미 국외로 탈출할 계획을 세워둔 상태였으나 이를 숨겼다. 미국 측은 언론보도로 가니 대통령이 아프간을 떠난 것을 알았다고 한다. 실제 블링컨 장관은 이날 CBS방송에 출연해 "(카불이 함락되기) 전날 가니 대통령과 통화했고 그는 그때 죽기로 싸우겠다고 말했다"면서 "다음 날 그는 가버렸고 (아프간) 군대가 무너졌다"라며 허탈해했다. 가니 대통령은 카불이 탈레반 수중에 떨어진 15일 현금다발을 가지고 아프간을 탈출했으며 현재 아랍에미리트(UAE)에 머무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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