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홍색 규제’를 강화하는 가운데 알리바바 등 중국 빅테크(대형 기술기업)들이 수천~수조원 씩을 보호비 명목으로 뜯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6대 빅테크가 지난 1년간 낸 기부금만 약 30조원에 달했다.
23일 홍콩 명보는 자체 집계 결과 지난 1년간 알리바바, 텐센트, 바이트댄스, 핀둬둬, 메이퇀, 샤오미 등 중국 6대 빅테크 기업이 총 2,000억 홍콩달러(약 30조원)을 기부했다고 보도했다.
세부적으로 지난해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이 32억3,000만 위안을 기부해 포브스중국자선단체 순위 1위에 올랐다. 올들어 4월 마화텅 텐센트 회장은 농촌진흥 사업을 돕기 위해 77억 미국달러를 기부하기로 약속했다. 또 왕싱 메이퇀 창업자도 지난 6월 5,731만주, 금액으로 179억 위안을 교육 및 과학연구 등을 위해 산하 재단에 양도했다.
샤오미도 지난 7월 174억위안 가치의 주식 6억주를 산하 재단에 기부했다. 핀둬둬는 저장대학에 1억 미국달러를, 장이밍 바이트댄스 창업자는 고향의 교육재단에 5억 위안을 각각 기부했다.
이들 기부가 순수하게 자발적일 수도 있다. 하지만 중국 정부의 빅테크 압박인 ‘홍색 규제’가 강화되는 가운데 기업들이 기부금을 늘려나가면서 그 순수성이 의심받고 있는 것이다.
가장 하이라이트는 지난 18일 마화텅 텐센트 회장이 1,000억 위안(약 18조원)을 추가 기부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공교롭게 시진핑 중국 공산당 총서기 겸 국가주석이 ‘베이다이허 회의’를 마치고 17일 공산당 중앙재경위원회를 열어 ‘공동 부유’라는 이름으로 부자 증세를 하겠다고 공표한 직후다.
명보는 이에 대해 “일부 학자는 이들 기부의 성격을 ‘보호비’라고 칭한다”며 “빅테크가 돈을 안 낼 수도 없지만, 냈다고 해서 당국의 감독을 피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이런 보호비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이들 기업의 장래를 밝게 보지 못하고 이다. 중국 주요 테크기업들은 올해 주가 급락으로 시가총액이 4조 위안(약 720조원) 이상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알리바바의 시장가치만도 1조6,000억 위안 감소했다.
관저우자오 관위상업·경제연구센터 주임은 “중국 정부는 빅테크들이 기부하기를 바란다”며 “첫째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사회주의 방향과 부합하고 둘째로 정부에 대한 충성심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쉬자젠 미국 크렘슨대 경제학과 부교수는 “텐센트가 ‘공동 부유’ 정책 도입 직후 막대한 기부를 한 것은 다른 회사들도 당국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보호비’를 내고 싶게 만들 수 있다”면서 “그러나 기부가 이뤄져도 압박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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