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구국의 영웅 아흐마드 샤 마수드의 아들로서 내 사전에는 항복이란 없습니다.”
아프간에서 이슬람 무장세력 탈레반과 반군간 전운이 고조되는 가운데 1980~1990년대 구소련과 탈레반에 저항했던 아흐마드 샤 마수드의 아들 아흐마드 마수드(32·사진)가 반군세력을 결집시키며 대(代) 이은 ‘항전의 아이콘’으로 주목받고 있다.
22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마수드는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알아라비야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탈레반에 항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수드는 탈레반에 포괄적 정부 구성을 촉구하면서 “아프간의 평화와 안전을 위한 조건이 충족된다면 탈레반을 용서할 준비가 돼 있지만 탈레반이 대화를 거부할 경우 전쟁을 피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마수드는 지난 15일 카불이 함락된 직후 카불에서 북동쪽으로 65㎞ 떨어진 판지시르로 이동해 저항 세력을 규합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인터뷰에서 자신이 통제하는 판지시르를 탈레반에 양도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판지시르는 1979~1989년 아프간을 점령한 소련에 맞선 반군 사령관으로 활약한 부친의 게릴라 활동 무대이며 2001년 미국의 아프간 침공 이전 탈레반과 싸우던 군벌 세력인 ‘북부동맹’의 근거지이기도 하다. 이슬람 원리주의자였지만 극단주의자와는 다르게 여성 인권에 관심을 갖고 테러에는 반대했던 선친은 2001년 ‘9·11 사태’ 이틀 전 알카에다 소속 자폭범들에게 암살당했다.
아들 마수드는 판지시르를 거점으로 탈레반에 대화의 손짓을 보내면서도 전쟁도 마다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힌두스탄타임스에 따르면 마수드는 프랑스 철학자 베르나르 앙리 레비와의 전화 통화에서 “나는 아흐마드 샤 마수드의 아들이며 항복은 내가 쓰는 어휘에는 없다. 저항은 이제 막 시작됐다”고 말했다. 16일 레비에게 보낸 편지에서도 “아버지의 유산은 아프간의 자유를 위해 싸우는 것이다. 노예가 되기를 거부하는 모든 아프간 자유인은 마지막 자유 지역인 판지시르 요새에 합류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영국 유학파인 그는 서방에 간곡한 지원 요청을 하고 있다. 그는 19일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 기고문에서 “우리는 병력과 군수품을 갖고 있지만 충분하지 않다”면서 “서방이 우리를 지원할 방법을 찾지 못한다면 보유 물자는 빠르게 고갈될 것이다. 미국과 민주주의 동맹국은 우리에게 남은 유일한 희망”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뿐 아니라 내가 공부를 했던 영국이나 아버지를 평가하는 프랑스 등도 중재에 나서 줄 것을 간청한다”고 덧붙였다.
마수드가 휘하에 무장 세력 9,000여 명을 모으고 무기 및 물자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미군의 남겨진 무기까지 대량 확보하면서 더 강력해진 탈레반에 맞설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외신들은 탈레반이 반군 거점인 판지시르로 연결되는 주변을 장악해 공급선을 차단하고 있다며 “아프간 전문가들이 마수드가 젊고 카리스마가 있지만 전투 경험이 없는 것을 지적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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