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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싱크홀' 차승원, 능청스러움 속에 숨겨진 치밀함

차승원 / 사진=YG엔터테인먼트 제공




코미디와 누아르를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차승원의 능청스러움이 또 통했다. 재난 영화와 코미디의 결합이라는 생소한 장르에도 특유의 유연함으로 재미와 감동을 꽉 붙들었다. 코로나 19 확산으로 극장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개봉 첫 주 100만을 넘어서며 ‘싱크홀’은 올해 한국 영화 최고 오프닝 스코어까지 기록했다. “방점을 찍고 싶은 영화”라며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는 그는 책임감이 가득해 보였다.

‘싱크홀’은 11년 만에 서울에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룬 동원(김성균)이 청운빌라로 이사 온 뒤, 빌라 한 동이 통째로 지하 500m 초대형 싱크홀에 떨어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차승원은 이혼 후 홀로 아들을 키우며 쓰리잡을 뛰는, 청운빌라 주민 만수로 등장한다. 만수는 극 중 아들 승태(남다름)와 동원, 동원의 직장 동료 김대리(이광수), 인턴사원(김혜준)과 함께 탈출을 위해 고군분투했다.

“‘싱크홀’은 코로나19에 개봉하는 제 첫 영화로 기억에 남을 거 같아요. ‘이런 코미디를 또 언제 다시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좋은 상황에서도 100만 돌파가 쉽지 않은데, 100만을 돌파하게 돼 기분이 좋아요.”

“시사회 때 영화를 처음 봤는데 ‘이게 저렇게 구현됐구나’ 싶은 것들이 많았어요. 물에서 촬영한 장면들은 CG가 정말 잘 됐더라고요. 처음 하는 작업이라 걱정을 많이 했는데 완성도가 나쁘지 않았어요. 관객들에게 어떤 부분이 좋은지 일일이 묻진 못했지만, 여러 가지 힘든 상황에서 위로받고 싶고 힐링하고 싶은 부분들을 우리 영화에서 많이 느끼지 않았나 싶어요.”

‘싱크홀’은 재난 영화이지만 코미디가 강조된 것이 특징이다. 차승원 역시 이런 신선한 시도에 끌려 출연을 결정했다. 캐릭터 보다 재난과 코미디 장르의 융합에 대한 기대심이 더 컸다. 촬영에 임하면서 재난 상황의 위험과 피해자들의 처절함, 그리고 웃음을 유발하는 상황을 어떻게 접목해 또 다른 상황을 만들어 낼 수 있을지 매번 고민했다.

“굉장히 위급한 상황이 왔는데 이걸 다르게 해석해서 웃기려고 하면, 보는 분들에겐 배신감이 있을 수 있겠다 싶은 지점이 있었어요. 가령 진흙에 빠져 아들을 구하려고 할 때, 앞 장면이 코미디인데 뒷 장면의 센 상황들을 진심을 다해 연기하지 않으면 앞 장면도 이상하게 되기 때문에 밸런스를 조절하려고 했죠.”

그는 신파를 덜어낸 담백함에도 만족했다. 재난 상황에서 맞닥뜨리게 되는 슬픔을 배제할 수 없지만, 요즘 관객들이 신파에 대한 거부감이 있다는 걸 의식하며 촬영했다. 김지훈 감독과도 그런 부분에 대해 끊임없이 의견을 공유하고 상의하며 연기했다. 이런 미묘한 밸런스 조절 덕분에 관객들은 ‘차승원표 코미디’에 마음 놓고 웃을 수 있었다.

차승원 / 사진=YG엔터테인먼트 제공


혹자들은 그의 노련한 코미디 연기를 “능청스럽다”고 표현했다. 오지랖 넓고 얄밉게 보일 수 있는 만수가 귀엽게 그려진 것도 그의 특유의 능청 덕분이다. 그는 만수를 연기하며 실제 자신의 모습과 많이 닮았다는 것을 느꼈다.

“못된 짓을 하더라도 사람이 못돼 보이면 안 된다는 걸 생각하고 연기해요. 싸울 때도 ‘저 사람의 큰 진심은 그게 아니야’라는 게 느껴지는 데 중점을 두죠. 저도 어떻게 보면 까칠하거든요. 그런데 만수가 크게 의미를 두고 까칠하게 하는 게 아니라는 점이 닮았어요. 여러모로 나와 동떨어져 있지 않고 비슷하다는 걸 느꼈어요.”

만수의 진한 부성애 또한 차승원이 적극 공감하는 부분이었다. 재난 영화인만큼 액션 장면이 많은 ‘싱크홀’에서 차승원은 진흙더미 속으로 가라앉거나, 흙 속에 파묻히고, 물속에 빠지는 등 다양한 액션 연기를 했다. 흔들리는 건물을 표현하기 위한 짐벌 세트 위에서 연기할 때는 어지러움 때문에 고생했고, 수중 신에서는 귀에 고통을 느껴 힘들었다. 화려한 액션 연기는 아니지만, 이런 장면에서 가장 빛났던 것은 아들을 1순위로 생각하는 만수의 부성애였다. 두 자녀를 키우고 있는 차승원는 부성애를 느끼는 건 일상이라고 말했다.



“(부성애를) 안 느낄 때가 있나요? 자식 키우는 아빠들은 다 느껴요. 각자 해야 하는 몫과 위치가 있는데, 전 배우 일보다는 아이들과 식구가 먼저인 것 같아요. 다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어요. 그렇지 않은 게 비정상이죠. 요즘 흉흉한 뉴스들이 많지만 그건 단편적인 거고, 그렇기 때문에 그게 천인공노할 짓이 뉴스에 나오는 거잖아요. 대부분의 부모님은 저처럼 생각할 거예요. 특별한 게 아니에요.”

차승원 / 사진=YG엔터테인먼트 제공


‘싱크홀’은 무엇보다도 팀워크가 중요한 작품. 맏형 차승원을 필두로 김성균, 이광수, 김혜준 등 배우들은 똘똘 뭉쳐 영화 속에서도 밖에서도 최고의 팀워크를 발휘했다. 촬영 기간 동안 항상 밥을 같이 먹으면서 돈독해졌다는 이들은 촬영을 마친 후에도 서로 안부를 주고받으며 좋은 관계를 유지했다고. 차승원은 “이렇게 또 좋은 동료 배우들을 언제 만날까?”라고 할 정도로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김)성균은 제가 생각했던 것과는 좀 달랐어요. 훨씬 더 인간적으로 매력 넘치고 성품이 좋은 사람이더라고요. 되게 적극적일 줄 알았는데, 많이 참는 게 있고 차분하기도 하고요. 또 이 영화에 (이)광수가 참여한다고 해서 제가 쾌재를 불렀어요. 유재석에게도 얘기를 많이 들었는데, 이 친구는 물론 연기도 감각적으로 잘 하는 친구이지만 엄청나게 성실한 친구거든요. 연기를 대하는 자세 자체가 성실해요. 어떤 역할을 하던지 자기 몫을 다해요. (김)혜준은 막내이니까 처음에 어려웠을 거예요. 그런데 이 친구가 나름 당차요. 아무리 우리가 놀리고 그래도 꿋꿋하게 열심히 하더라고요. 아마도 이 중에서 누구라도 하나가 엇나가면 이런 팀이 없었을 거예요. 그런데 각자 나름의 개성을 다 표출하면서도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들이 있어서 아주 좋았어요.”(웃음)

차승원은 현재 이들과 파격적인 홍보 활동을 펼치고 있다. ‘싱크홀’ 팀은 라디오 깜짝 재출연은 물론, KBS1 ‘아침마당’, tvN ‘출장 십오야’ 출연 등 이전에 없던 홍보 활동으로 관심을 받고 있다. 주연 배우로서 책임감과 의무를 갖는다는 그는 이런 행보를 특별하게 여기지 않았다. 단지 정해져 있는 수순을 밟아나가는 걸 하고 싶진 않을 뿐이었다.

“예전에 비해서 (홍보를) 덜하는 거예요. 코로나19 시국이고 여러 가지로 제약이 많으니까 할 수 있는 건 다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자기 영화가 안 됐으면 하는 배우는 없을 테니까, 그렇게 안 하는 배우는 없을 거예요. 단지 어떤 배우들은 ‘내가 이런 프로에서 이런 얘기는 못할 것 같다. 다른 쪽으로 할게’라면서 다른 방향으로 홍보를 할 수도 있기도 하고요. 내 색깔을 살려서 이 영화를 홍보할 수 있는 매체를 찾는 거죠. 저는 ‘아침마당’ 같은 프로그램을 오랜만에 해봤는데 재밌더라고요. ‘난 이런 식의 홍보를 하는 사람이다’라는 보여주는 거였어요."

차승원 / 사진=YG엔터테인먼트 제공


적극적인 홍보 덕분에 올여름은 한국 영화 3파전이 벌어졌다. ‘모가디슈’가 먼저 청신호를 켰고, 이후 개봉한 ‘싱크홀’이 쾌속 질주했다. 그리고 ‘인질’까지 개봉하며 박스오피스 1~3위를 한국 영화로 가득 채웠다. 차승원은 라디오에서 “‘모가디슈’를 보지 않겠다”고 농담을 하기도 했지만, 다 함께 잘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박스가 작은 상태에서 서로 나눠 먹으니까 다 좋은 상황이었으면 좋겠어요. 1등도 중요하지만 손해나지 않게 다 잘 됐으면 해요. ‘모가디슈’도 ‘인질’도 손해나지 않고, 다른 영화도 극장에 올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이 시기에 들어갔더니 다 망해버렸어’라는 말이 나오면 안 되잖아요. 서로 다 잘 됐으면 좋겠어요.”(웃음)

‘싱크홀’로 다시 한번 ‘차승원표 코미디’의 진가를 보여준 그는 앞으로 또 영화에서 만수 같은 소시민 캐릭터를 연기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코미디는 사랑하는 장르 중 하나이지만, 드라마가 아닌 영화에서는 다른 스타일의 인물들을 더 많이 선보이게 될 거라고 내다봤다. 최근 긴 머리와 수염으로 이미지 변신을 도모한 그는 배우 김수현과 함께하는 쿠팡플레이 드라마 ‘어느 날’ 촬영에 한창이고, 노희경 작가와 김규태 감독의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 촬영도 앞두고 있다.

“차기작이 꽤 있어요. 찍고 있는 것과 찍어야 할 것, 그 다음 것까지 있어요. 전 식구들과 일상을 중요시 하는 사람이니까 평범하고 보편적 일상을 살아가는 가운데, 차기작 할동도 열심히 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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