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개봉한 영화 ‘싱크홀’이 누적 관객 150만 고지를 가뿐히 넘어섰다. 대형 싱크홀이 발생하면서 지하 500m로 갑자기 추락한 사람들의 생존 분투기를 보기 위해 지난 22일까지 165만 7,692명이 영화관에 다녀 갔다. 이런 추세라면 조만간 200만 고지 돌파도 어렵지 않아 보인다. 코로나 19 팬데믹 이후 극장가가 어렵지 않은 시점은 한 번도 없었지만 방역 4단계라는 살얼음 판 위에서 이룬 성과라 더 빛난다. 영화 흥행의 비결은 뭔지 영화에서 ‘만수’ 역을 맡은 배우 차승원에게 물었다. 차승원은 화상으로 진행한 인터뷰에서 “재난과 코미디가 접목돼 있는 시나리오가 좋았다”며 “재난인데도 그 안에서 아이러니한 웃음이 있다”고 답했다.
차승원의 말대로 영화 ‘싱크홀’의 가장 큰 매력은 아이러니다. 웃기면서 슬프다. 등장인물 각자의 개인사도, 이들이 함께 헤쳐 나가야 할 상황도 모두 ‘웃프다’. 취준생 아들을 뒷바라지 하기 위해 웃는 얼굴로 무슨 일이든 다하는 만수, 11년 동안 허리띠를 졸라 매서 간신히 내 집을 마련한 동원(김성균), 집이 없어 사랑 고백을 못하는 승현(이광수), 정규직이 받는 명절 선물이 그저 부러운 인턴 은주(김혜준) 등의 삶은 평범한 만큼 관객들에게 익숙하다. 그렇기에 이들의 웃는 얼굴 뒤에 슬픔이 숨어 있음을 영화가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아도 관객들은 충분히 알 수 있다. 소시민의 삶이 어떤지 이미 잘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배우 입장에서는 쉽지 않은 연기다. 진짜 이웃인 듯 보여야 한다. 게다가 절체절명의 재난 상황에서 진지한 얼굴로 웃음을 유발해야 한다. 균형점을 잃지 않기 위해 무던히 노력해야 한다. 이 때문에 신라의 달밤(2001), 선생 김봉두(2003), 이장과 군수(2007) 등 앞선 여러 히트작에서 코미디 연기의 진수를 보여줬던 차승원에게도 고민 되는 지점이 많았다. 차승원은 “매번 재난과 코미디의 융합을 고민하면서 찍었다”며 “위급한 상황에서 뜬금없는 코미디는 관객에게 배신감을 줄 수 있다. 밸런스 조절을 잘 하자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재난 상황 촬영 자체도 어려웠다. 땅 속으로 꺼져 흙더미에 파묻히고, 비를 맞고, 물에 잠기기까지 했다. 차승원은 “예전부터 5m 아래 수중으로 들어가는 것에 대한 공포가 있었다. 트라우마가 있어서 (수준 촬영을) 싫어하는데 들숨 날숨으로 훈련해서 들어갔는데도 그게 굉장히 고통스러웠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제작진이 정말 준비를 많이 해줬다”며 “흙더미에 깔리는 장면에서는 먹을 수 있는 흙을 준비해줬을 정도”라고 덧붙였다.
‘아이러니’와 함께 영화 흥행의 또 다른 성공 비결로 ‘확장성’을 꼽았다. 쉽게 말해 남녀노소 모두 볼 수 있고, 공감할 수 있는 영화라는 점이 장점이란 설명이다. 차승원은 “가족들과 같이 영화를 보러 갔다는 반응이 많았다. 주택 문제, 부모 자식 관계 등 공감할 수 있는 세대 층이 넓은 게 우리 영화의 강점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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