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네스코가 만장일치로 ‘한국의 갯벌’을 자연유산에 등재하기로 결정했다. 국내에서 등재된 총 15개 세계유산 중 자연유산은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이번에 등재된 한국의 갯벌은 충남 서천부터 전북 고창과 전남 순천까지 5개 지방자치단체에 걸쳐 이어진 연속유산이다. 이 가운데 여행객들로부터 주목받는 곳이 서해안의 작은 섬 유부도다. 한때 간척지로 개발돼 자칫 사라질 뻔할 위기에 처했던 유부도 갯벌은 세계적인 생태 탐방 명소로 떠올랐다.
유부도 갯벌이 주목받는 것은 풍부한 생태계 때문이다. 섬 주변은 펄과 모래, 작은 돌이 고루 섞여 있는 30㎢에 이르는 혼합 갯벌로 썰물 때면 모습을 드러낸다. 갯지렁이·조개·칠게·엽낭게 등 다양한 수서생물이 사는 갯벌은 검은머리물떼새와 붉은어깨도요·넓적부리도요 같은 멸종 위기종 및 희귀종의 중간 기착지 역할을 한다. 유부도에는 100여 종의 철새가 머무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수천 마리의 검은머리물떼새가 떼를 지어 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유일한 곳이기도 하다.
유부도는 서천군 소재 섬 중 유일한 유인도다. 유인도라고는 하지만 면적 0.77㎢에 섬 주민은 49가구, 70여 명에 불과해 정기 여객선이 다니지 않는다. 섬에 들어가려면 장항항이나 장항항신설물량장에서 ‘선외기’라고 불리는 작은 어선을 얻어 타야 한다. 육지에서 6㎞ 떨어진 섬까지는 배를 타고 20분 거리. 바다 건너 금강하구 일대가 훤히 들여다보일 정도로 가깝다.
유부도의 진가는 육지 반대편에 있다. 마을을 지나 섬의 서쪽으로 넘어가면 전 세계가 주목한 갯벌이 펼쳐진다. 요즘 갯벌에서는 도요새·큰뒷부리도요·알락꼬리마도요 등을 만나볼 수 있다. 게들이 흙 속의 유기물을 먹고 나서 배출한 경단이 쌓인 모습도 볼거리다. 썰물 때는 유부도에서 이웃 섬 유자도와 돌섬까지 걸어서 이동할 수 있지만 반드시 출발 전 물때를 확인해야 한다.
유부도는 여행객들보다는 철새를 연구하는 조류학자나 사진가들이 탐조를 즐기던 곳이다. 최근 폐염전을 갯벌로 복원하는 작업과 함께 선착장 공사를 마무리했지만 관광객들을 끌어모으기 위한 개발보다는 환경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초점이 맞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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