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전 세계 기업 중 배당금을 가장 많이 지급한 기업에 올랐다. 미국 경제 매체 CNBC가 영국 자산 운용사 야누스헨더슨의 보고서를 인용해 23일 보도한 내용을 보면 삼성전자는 올 2분기 122억 달러(약 14조 원)의 배당금으로 네슬레를 제치고 1위를 기록했다. 삼성은 지난해에도 전년보다 두 배 이상 급증한 20조 3,381억 원을 주주에 지급했는데 현 추세라면 올 전체 배당금은 사상 최대를 경신하게 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업이 경영 활동으로 이익을 늘려 주주에 배당으로 환원하는 것은 격려할 일이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글로벌 산업 패권 전쟁 국면에서는 당장의 배당금보다 미래를 위한 투자가 더 시급하고 절실하다. 각국 정부가 세제 혜택과 규제 혁파 등으로 주력 기업의 투자를 총력 지원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대규모 투자로 캐시카우(현금 창출원)를 만들고 회사 가치를 키우는 것은 궁극적으로 주주들에 훨씬 큰 이익을 가져다주는 길이고 지속 가능한 경영의 요체이기도 하다.
물론 삼성은 세계 어느 기업에도 뒤지지 않을 만큼 투자를 하고 있다. 삼성이 24일 올해부터 2023년까지 240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공세적 전략의 일환이다. 삼성은 매머드 투자를 통해 초격차 기술을 확보하고 인수합병(M&A)의 타깃을 찾을 계획이다. 하지만 반도체 업황을 장담할 수 없고 일부 첨단 기술에서 경쟁 기업에 추월당할 처지인 시점에서는 이런 투자 규모도 적을 수 있다. 특히 내로라하는 글로벌 우량 기업을 인수하려면 수십조 원의 실탄이 필요하므로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현금을 비축해둬야 한다. 미국의 한 정보기술(IT) 매체는 25일 삼성이 인수를 검토했던 네덜란드 반도체 업체 NXP의 몸값이 680억 달러까지 치솟았다고 전했다. 삼성전자가 올 1분기 기준 1,112억 달러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지만 아직도 충분치 않음을 방증한다.
삼성이 과감한 대규모 투자를 결단하고 보다 많은 현금을 축적하기 위해서는 배당 정책에 대한 세심한 고민이 필요하다. 주주들도 ‘삼성의 미래’를 위해 일시적 배당 축소 조치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정부도 삼성을 포함한 국내 기업들의 투자에 대해 획기적인 지원책을 서둘러 내놓아야 한다. 기업들은 사활을 건 전쟁을 벌이는데 정부와 정치권이 뒷짐을 진 채 투자와 경영 활동에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것은 무책임하고 몰염치한 행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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