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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최선의 삶' 방민아 "나와 같은 후회 속에 사는 사람들, 위로 받았으면"

방민아 / 사진=엣나인필름 제공




그룹 걸스데이 출신 배우 방민아가 영화 ‘최선의 삶’으로 날아올랐다. 맨 얼굴, 정리 안 된 부스스한 머리로 카메라 앞에 선 그는 아팠던 과거의 감정을 쏟아부으며 캐릭터와 혼연일체 됐다. 용기 있는 도전은 통했고, 뉴욕아시안영화제 라이징스타상을 받으며 배우로서 가능성까지 인정받았다.

‘최선의 삶’은 임솔아 작가의 동명의 장편소설이 원작으로, 불안하고 예민한 10대 시절을 보내고 있는 소녀 강이(방민아), 아람(심달기), 소영(한성민)이 더 나은 삶을 위해 가출을 감행하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방민아는 친구들 사이에서 자신의 의견도 내지 못하는 하위 계급인 강이가 복잡 미묘한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 빠지는 것을 연기했다.

“제 작품 선택 기준은 제 마음을 흔드는 것이에요. 인물이 됐든, 메시지가 됐든 이 인물이 제 마음을 흔든다면 작든 크든 상관없어요. 강이의 아픈 트라우마 같은 것들은 저도 있었던 부분이거든요. 그래서 이 대본을 처음 읽었을 때 강이의 시선으로 쭉 읽혔어요. 실제로 마음이 너무 아파서 몸이 저릿할 정도였어요, 제가 예전에 했던 선택과 후회들에 대한 감정이 휘몰아치면서 충격이 컸죠. 그래서 강이 역할을 꼭 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어요.”

강이를 연기하고 싶다는 욕심과 자신감이 비례했던 것은 아니었다. 그만큼 두려움이 컸다. ‘이걸 내가 해도 괜찮을까? 나보다 더 잘 표현해 줄 배우가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따라다녔고, ‘기존에 내가 보여줬던 모습들이 강이의 무드와 감정을 깨지 않을까?’하는 두려움이 많았다. 평소 냉철하게 바라봐 주던 연기 선생님이 용기를 북돋아 준 덕분에 도전해볼 수 있었다.

“이우정 감독님을 뵙고 나서는 이상하게도 제가 두려워하던 부분들, 걸리적거리던 것들이 완벽하게 설득됐어요. 첫 미팅에서 감독님과 2~3시간가량이나 남에게 하지 못하는 속 깊은 대화를 나눴어요. ‘지난 일이지만 아직까지도 제게 남은 잔상이 있으니까, 강이를 통해 잘 풀어내고 스스로에게 너그러워지고 싶은 마음이 있다’고 솔직하게 이야기했었죠. 강이라는 캐릭터가 그만큼 제 감정이나 생각들을 꺼낼 수 있는 힘이 있었어요. 감독님 또한 누군가에게 하지 않았던 말들을 저에게 해줘서 서로 ‘끝과 끝을 본 사이’라고 표현해요.”

방민아 / 사진=엣나인필름 제공


방민아는 본격적으로 사춘기 18살 소녀 강이를 표현하면서 한없이 예민해졌다. 18살을 지나온 지 10년 이상의 시간이 흘렀기에 잊고 있던 기억과 감정을 끄집어내는 작업이 힘들었지만, 신기하게도 강이에게 빠져들수록 잊고 있던 상처들이 떠올랐다. 그러면서 자다가도, 밥 먹다가도 문득문득 과거에 대한 후회가 밀려오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자신의 아팠던 기억들을 강이에게 담아내면, 인생의 한 챕터를 넘기고 나아갈 수 있을 거라고 여겼다.

“강이는 가장 약한 위치의 친구예요. 저 또한 그랬거든요. 제가 약한 걸 잘 알아서 강한 친구들에게 잘 보이는 게 저의 살아남는 방법이었어요. 학교라는 틀 안에서 소위 말해 잘 나간다는 친구들에게 밉보이지 않고 괴롭힘당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살아남아야 하는지 잘 때까지 고민한 적이 있어요. 영화 속 강이는 좀 더 섬세한 감정이었지만요. 친구들 사이에서의 복잡 미묘한 감정 같은 것들을 떠올리며 차곡차곡 준비했어요.”

방민아는 강이를 연기하며 계속 아파했지만, 한편으로는 위로를 받았다. 그도 처음에는 그런 과정을 이상하게 여겼다. 하지만 누구나 서툰 결정과 선택 때문에 후회를 하고, ‘최선의 삶’을 통해 ‘너도 그랬구나. 나도 그랬는데’라는 식의 위로를 받는 거라고 결론을 내렸다. ‘괜찮아. 할 수 있어. 이미 지나갔잖아’ 같은 말이 아닌, 공감으로 위로한 것이라고. 방민아는 “나와 같은 후회 속에 살고 있는 사람들, 혹은 그런 순간에 있는 사람들이 있으면 나와 같은 위로를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방민아 / 사진=엣나인필름 제공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한 강이의 마음을 100% 이해한 건 아니었다. 부유하진 않지만 찢어지게 가난한 것도 아니고, 부모님에게 사랑을 받지 못하는 것도 아닌 강이가 가출을 감행한 것에 대해서는 물음표가 따라다녔다. ‘강이는 왜 집을 나갔을까?’에 대한 답은 숙제였다.

“강이의 마음을 언뜻 알 것 같기도 했지만 정확하게 모르고 촬영에 임했어요. 그렇게 촬영을 마치고 나서 개인적으로 힘든 시간을 보낼 때 문득 강이 생각이 났죠. ‘이 평범함이 강이를 답답하게 했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다시 대본을 펼쳤어요. 촬영을 마치고 1년 정도 시간이 지난 때였는데, 그 자리에서 감독님에게 전화해서 다시 찍고 싶다는 말도 안 되는 억지를 부렸어요.”



“그런 생각이 든 이후부터는 ‘평범하다’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이 조심스러워졌어요. 누군가가 정해 놓은 ‘평범함’이라는 기준이 무섭게 다가왔죠. ‘여러 가지 형태의 사람들이 많은데, 강이도 우리가 정해놓은 기준에 답답함을 느낀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런 부분을 통해 세상을 다르게 보게 됐어요.”

강이를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하고 연기했다는 아쉬움은 내레이션으로 풀 수 있었다. 영화 속 강이는 말이 거의 없는 인물이라 내레이션으로 감정을 전달해야 했는데, 이전에 몰랐던 의미를 깨닫고 나서 후시 녹음을 할 수 있어 다행이었다.

감정선을 함께 끌고 나가야 했던 배우 심달기, 한성민과의 호흡은 탁월했다. 나이도 연기 경력도 다른 세 명이지만, 모두 18살 소녀로 돌아가 친구처럼 지냈다. 영화 속에서 세 친구가 사이가 좋을 때는 실제로도 화기애애했고, 조금씩 틀어지는 연기를 할 때는 다 같이 기분이 가라앉았다.

방민아 / 사진=엣나인필름 제공


푸른빛이 도는 새벽, 한 방에 있던 소영과 미묘한 감정을 나누는 동성애 장면은 쉽지 않았다. 이 신을 ‘푸른 밤 장면’이라고 부른 방민아는 이 감독이 가장 신경 쓴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 감독은 이 장면을 파격적으로 조명하지 않기 위해 노골적이지 않은 방향을 취했다고.

“그 장면에서 조금 더 강이와 소영의 관계를 드러낼 수도 있었겠지만, 마치 반투명 천을 한 겹 대고 보는 듯한 연출을 한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이 감독님이 사전에 이 장면에 대해 정말 많은 설명을 해주셨고, (한)성민이도 저도 충분히 이해를 하고 들어가서 현장에서는 걱정이 없었어요.”

심오하고 무거운 ‘최선의 삶’은 오랫동안 아이돌 생활을 해온 방민아에게 큰 도전이었다. 해보고 싶은 게 많은 스타일이지만, 보이지 않는 시선들에 압박을 느껴 고민을 거듭했다. 오랫동안 이런 생각에 사로잡혔지만, 그런 시선을 깨는 것에 집중하지 않고 하고 싶은 걸 해보겠다는 생각에 도달했다. 그렇게 ‘최선의 삶’을 도전한 끝에 “난 피하지 않고 두들겨 봤고, 나중에도 이렇게 도전해보면 되지 않을까”라는 용기가 생겼다.

그렇다고 방민아는 자신의 이름 앞에 걸스데이를 지우려 하지 않았다. 지난 10여 년간의 인생이 그 이름 안에 모두 담겨있으니. 쉽게 떨칠 수 없는 존재라는 것도 알고, 앞으로도 지울 생각은 없다.

“‘걸그룹이라는 타이틀이 배우로서 꼬리표가 될 때가 있지 않나?’라는 질문을 받을 때가 있었는데, 저에게는 정말 소중한 추억이라 그 ‘꼬리표’라는 말이 너무 슬펐어요. 저에게는 (아이돌 출신 배우라는 것에) 부정적인 시선은 아무것도 없어요. 저에게 걸스데이는 베이스고 따뜻함이고 전부였으니까요.”(웃음)

2017년 이후로 방민아를 비롯한 걸스데이 멤버 박소진, 유라, 이혜리는 모두 배우 활동에 전념하고 있다. 멤버들끼리는 서로 작품을 준비하고 시작하는 단계부터 다 같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곤 한다. 가장 친한 친구이자 가족이기에 서로에게 좋은 소식이 있을 때마다 진심으로 기뻐해 주고 있다. 멤버들끼리 다정하게 말하는 편이 아니라는 그는 멤버들을 향해 “응원해 주고 축하해 줘서 정말 고마워”라고 수줍게 감사 인사도 남겼다.

“앞으로 걸스데이가 많이 회자되고 기회가 된다면, 다시 뭉쳐서 인사드리고 노래도 들려주고 싶어요. 무대가 정말 그리워요. 올해 초까지는 뮤지컬 ‘그날들’을 하면서 정말 행복했어요. 걸스데이 무대와는 다른 형태이지만, 뮤지컬에 도전하면서 감회가 새로웠거든요. 새로운 경험이고 모르던 분야라 알아가는 것에 흥미가 엄청 컸어요. 어려워도 계속 도전해보고 싶어요. 무대는 계속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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