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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칼럼] 화석연료 경제학의 초라한 민낯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

'온실가스 배출 저감=경제적 재앙'

공화당, 탄소세 부작용만 부풀려

억지 논리로 온난화 대책 폄훼하다

기후재앙 속출하자 오리발 내밀어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




“지구온난화는 가짜 뉴스다. 가짜 뉴스가 아니라고 해도 사람이 만든 인재는 아니다. 모든 기후변화 대응 조치는 필연적으로 경제를 망가뜨린다.”

기후변화 대응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늘 여러 가지 변명거리를 갖고 있다. 이 중 하나의 방어 논리가 무너지면 곧바로 다른 논리를 끌어댄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기후 친화적인 공공투자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 정책은 일부 지역에서 전개되고 있는 전례 없는 폭염과 대규모 산불, 심각한 가뭄과 재앙에 가까운 홍수 등 지구온난화와 관련해 과학자들이 오래전부터 경고했던 기상이변을 배경으로 추진되고 있다.

기후 재앙이 속출하자 공화당은 기후변화 부정론의 수위를 낮추거나 ‘단 한 번도 과학을 무시한 적이 없다’며 발뺌한다. 대표적인 예가 제임스 인호프 공화당 연방 상원의원이다. 지난 2012년 ‘지구온난화는 거대한 허구’라는 제목의 책까지 쓴 그가 지금은 “기후변화를 꾸며낸 이야기라고 말한 적이 없다”고 오리발을 내민다.

공화당의 지구온난화라는 현실 수용은 그리 오래가지 않을 것이다. 겨울 한파가 밀려오면 공화당은 기다렸다는 듯 지구온난화를 부인하고 과학자들을 공격하는 이전의 구태의연한 모습으로 되돌아갈 것이다. 그러나 지금 그들은 온실가스 배출을 제한할 경우 경제가 입을 막대한 손실에 초점을 맞춘다.

그들의 말을 곧이곧대로 듣지 말아야 할 네 가지 중요한 이유가 있다.

첫째, 미국 경제는 공화당 대통령보다 민주당 대통령 시절에 번창했다. 진보 경제학자들조차 어리둥절하게 만들 정도다. 그 이유가 무엇이건 오직 감세만을 모든 문제의 해법으로 제시하는 공화당은 경제에 관해 왈가왈부할 자격이 없다.



둘째, 민간 주도에 대해 보수주의자들이 표방하는 믿음과 기후 정책이 경제를 마비시킨다는 그들의 주장 사이에는 상당한 모순이 존재한다. 기업은 혁신과 적응의 동력체로 어떤 문제건 만족스럽게 해결한다는 것이 우파의 주장이다. 하지만 민간 부문의 창의성을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는 그들이 같은 입으로 “새로운 규정이나 탄소 배출 비용에 직면할 경우 기업은 힘을 잃거나 아예 문을 닫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이제까지 나온 숱한 보고서는 새로운 환경 안전 규정의 효과와 관련해 기업이 감당해야 할 비용 부담을 정부가 지나치게 높게 잡았음을 보여준다. 기업은 혁신을 통해 ‘준수 비용(compliance costs)’을 절약함으로써 새로운 규정에 대응할 것이다. 이에 비해 새로운 규정이 가져올 역효과에 대한 기업들의 전망은 터무니없이 과장돼 있다.

셋째, 역사는 경제성장과 온실가스 배출 사이에 필연적인 연결 고리가 존재한다는 개념을 통박한다. 현대적 경제성장의 출발지인 영국의 경우 지속적 성장세를 보였음에도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지난 반세기 동안 꾸준히 감소했다. 현재 영국의 국민 1인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인당 국민소득이 오늘날의 9분의 1 정도에 불과했던 1850년대 수준으로 떨어졌다.

마지막으로 화석연료 의존도를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공화당의 주장은 재생에너지 분야의 눈부신 기술적 진보를 감안하면 이상하게 들린다. 재생에너지 기술의 놀라운 전진에도 불구하고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화력발전소 운영자들에게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는 석탄의 지속적인 사용을 종용했다. 크게 개선된 재생에너지 기술은 존 매케인이 온실가스 배출에 상한선을 둘 것을 제안했던 2008년에 비해 기후 대응 조치를 취하기가 훨씬 쉬워졌음을 의미한다.

그렇다고 이런 사실들이 공화당의 사고를 바꾸지는 못할 것이다. 기후 조치에 반대하는 정치인들의 주장에는 진정성이 담겨 있지 않다. 그들은 기후 재앙을 막기 위한 모든 조치를 차단하기로 결정했고 이 같은 입장을 정당화시키는 데 필요한 변명거리를 찾아낼 것이다.

공화당은 어쩌다 공해 정당이 됐을까. 한때 돈이 주된 이유가 아닐까 생각했다. 2020년 대선 기간 오일과 가스 업계가 지출한 정치 기부금 중 84%, 석탄 채굴 업계 기부금의 96%가 공화당 진영으로 흘러들어갔다.

이것만 봐도 돈이 중요한 요인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게 전부가 아니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상황에서 공화당이 사실상 코로나19 편에 선 것처럼 기후변화 역시 보수 세력과 진보 세력이 맞부딪히는 문화 전쟁의 전선이 됐다. 재생에너지를 혐오하고 화석 에너지 사용을 원한다는 정서가 우파 진영에 엄존한다. 한파로 송유관이 얼어붙어 야기된 텍사스 정전 사태를 풍력발전 단지 탓으로 몰아가는 공화당의 부정직한 시도를 눈여겨보라.

어쨌건 우리가 기억해야 할 사실은 기후변화 대응 조치가 경제적 재앙을 불러온다는 주장은 기후변화란 없다는 억지만큼 증거가 없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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