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증시는 잭슨 홀 미팅을 하루 앞둔 상황에서 아프가니스탄 카불 공항에서 벌어진 이슬람국가(IS)의 폭탄 테러에 하락했습니다. 지금까지만 아프간인 최소 60명과 미군 12명 등 총 72명에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이날 시장은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역 연방준비은행 총재들의 발언이 쏟아지면서 약세를 보였습니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이번 잭슨 홀 미팅에서 별다른 로드맵이나 구체적인 힌트를 주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이 월가에 퍼진 상황에서 나온 것이라 투자자들을 혼란스럽게 했는데요. 폭탄 테러 소식에 낙폭이 더 커졌습니다.
이래저래 복잡합니다. 아프간 소식에 미국 전체가 비상인 만큼 시장 분위기 간단히 전해드립니다.
파월 압박 나선 지역 연은 총재들…“그들은 투표권 없다” 반론
잭슨 홀 미팅을 주최하는 에스더 조지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이날 미 경제 방송 CNBC에 “경제상황 진전을 보면 연준의 테이퍼링은 적절하다”며 “지금의 고용지표와 인플레이션을 보면 완화적 통화정책이 아마도 더 이상 필요로 하지 않음을 시사한다"며 “나는 테이퍼링 논의를 늦기보다는 일찍 시작할 준비가 돼 있다”고 했습니다.
다만, 그는 테이퍼링을 언제 했으면 좋겠다는 시점은 제시하지 않았는데요. 조지 총재는 델타변이에 대해서도 연준 내에서는 이를 크게 우려하지 않는다는 식으로 답했습니다.
제임스 불라드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는 내년 1분기까지 테이퍼링을 끝냈으면 좋겠다고 더 구체적으로 얘기했는데요. 그는 “그러고 나서 우리는 인플레이션이 완화하는지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인플레가 잡히지 않으면) 우리는 더 공격적으로 나가야 한다”고 했습니다.
매파적 발언을 이어온 로버트 카플란 댈러스 연은 총재도 거들었는데요. 그는 시점을 짚어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테이퍼링 계획을 발표하고 이르면 10월 이후 이를 시행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어제 ‘3분 월스트리트’에서 잭슨 홀 미팅을 건너뛰면 9월 FOMC가 중요하고 그 전에 나올 고용과 인플레 지표가 핵심이라고 전해드린 바 있는데요. 그와 비슷한 맥락이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지역 연은 총재의 발언이 이어지면서 증시도 약세를 보일 정도면 잭슨 홀 미팅 때 뭔가 있을 수 있는 것 아니냐고 충분히 생각할 수 있는데요.
밀켄 인스티튜트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윌리엄 리의 생각은 다릅니다. 그는 “조기 테이퍼링에 관한 한 우리는 지금까지 오직 더 매파적인 인사들로부터만 얘기를 들어왔다"며 “불러드나 조지, 카플란은 투표권이 없다. FOMC의 전통 가운데 하나는 투표권이 없는 인사로부터 더 극단적인 입장을 들을 수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나는 메리 달리나 찰스 에반스 같은 이들의 말을 듣고 싶다. 이들은 올해 남은 기간 동안 투표권을 지니고 있다”며 “이들이 테이퍼링 논의에서 시작 시점을 정하는 사람들”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카플란은 2023년 전까지는 투표권도 없다는 것이죠. 그는 이날 증시 낙폭이 제한된 것도 투자자들이 이런 점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파월, 좀 더 중립 쪽으로 갈 것…고용 지표 앞두고 먼저 나설 이유 있나?”
투표권이 있는 이와 없는 이의 차이가 크지 않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하지만 어떤 식으로든 투표권 있는 사람과 없는 이가 통화정책 결정에 미치는 영향은 다를 수밖에 없을 겁니다. 안 그럴 거면 굳이 투표권 여부를 나눌 이유가 없지요. 이런 식이라면 누가 의장이 되느냐도 중요하지 않을 겁니다. 물론 현실은 그렇지 않지요.
뉴 엣지 웰스의 롭 세칸 역시 파월 의장이 내일 테이퍼링에 대해 얘기하지 않을 것으로 점치면서 “나는 그가 (비둘기에서) 좀더 중립 쪽으로 갈 것으로 본다. 지금은 모든 게 타이밍이다. 왜 고용지표 발표를 앞두고 먼저 나서나. 왜 델타변이에 대한 좋지 않은 소식을 두고 먼저 나서느냐”고 했습니다.
그는 자신은 여전히 연준이 11월 FOMC에서 테이퍼링을 공식 발표할 것으로 보며 그때도 늦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했는데요.
물론 현시점에서 파월 의장이 전격적으로 테이퍼링과 관련해 돌발 발언을 할 가능성이 0%라고 단언할 수는 없습니다. 본인은 별 것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시장이 예민하게 반응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지요.
그렇지만 지금까지의 상황을 보면 애매모호한 발언을 남길 확률이 높습니다. 조기 테이퍼링을 한다고 하더라도 9월 FOMC가 있기 때문에 굳이 먼저 얘기할 이유가 있느냐는 겁니다. 8월 고용과 인플레이션 지표는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되레 지금 시점에서는 파월 의장이 테이퍼링과 관련해 구체적인 말을 꺼낼 경우 시장이 크게 반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터진 아프간 리스크…바이든, “대가 치르게 하겠다”
또 하나 고려할 게 있습니다. 이날 아프가니스탄 카불 공항에서 폭탄 테러가 터졌다는 건데요. 이슬람국가(IS)의 자살폭탄 공격에 미군 13명이 죽었습니다. 아프간인도 최소 90명이 숨진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탈레반과 평화협정을 맺은 지난해 2월 이후 아프간에서 미군이 죽은 게 처음입니다. 가뜩이나 아프간에서의 철군 방식을 두고 많은 비판을 받던 바이든 정부 입장에서는 큰 타격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날 조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는 누군지 찾아내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고 분명히 밝혔습니다. 보복 공격을 시사한 대목인데요. 미국 정부 입장에서는 미군이 13명이나 죽었기 때문에 이를 그냥 묻고 넘어갈 수가 없습니다.
지금까지 아프간 사태는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적었습니다. 하지만 보복 공격은 또다른 보복 공격을 불러올 가능성이 있습니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확대될 수 있다는 의미인데요.
개인적인 판단이지만 미군 12명이 죽고 바이든 대통령이 사실상 보복을 천명한 바로 다음 날, 파월 의장이 조기 테이퍼링에 관한 구체적인 얘기를 꺼낼지 의문입니다. 큰 사건이 있은 직후 굳이 시장을 흔들 수 있는 말을 할 필요가 있느냐는 생각인데요. 앞서 말씀드린 대로 어차피 9월 FOMC가 있는 만큼 지정학적 변수를 고려하면 절제된, 그러면서도 모호한 언어를 쓰지 않을까 합니다.
얼마 남지 않은 잭슨 홀 미팅에 대한 언급이라 조심스럽지만 지금 시점에서는 최선의 예상이라는 점을 말씀 드리고 싶은데요. 잭슨 홀 미팅 관련 내용과 분석은 한국시간으로 토요일(28일) 추가로 전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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