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현지 전 종족 대표가 참여하는 포괄적 과도 정부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탈레반 관계자들은 27일(현지시간) 아랍권 매체 알자지라와 인터뷰에서 “과도 정부에는 아프간의 모든 종족 지도자들이 포함될 것”이라고 말했다. 탈레반은 지난 15일 카불 장악 후 포괄적으로 새 정부를 구성하겠다고 밝혀왔으나 구체적으로 여러 종족 지도자를 모두 포함하겠다는 계획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인구 4,000만명의 아프간은 탈레반의 세력 기반인 최대 종족 파슈툰(42%) 외에 타지크(27%), 하자라(9%), 우즈베크(9%) 등 여러 종족으로 이뤄졌다. 비(非)파슈툰족 상당 수는 그간 반탈레반 전선을 형성해왔다.
탈레반 관계자들은 “새 정부에 포함될 인사로 거의 12명이 거론되고 있다”며 “타지크족, 우즈베크족의 새 얼굴도 포함되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 과도 정부가 얼마나 존속할지는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앞서 일부 언론은 탈레반이 아프간을 통치할 12인 위원회를 구성할 계획이라며 이 위원회에 탈레반의 실질적인 지도자 물라 압둘 가니 바라다르를 비롯해 하미드 카르자이 전 대통령, 압둘라 압둘라 아프간 국가화해최고위원회(HCNR) 의장 등 정부 측 인사도 포함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최근 미국 CNN방송은 카르자이 전 대통령과 압둘라 의장이 탈레반에 의해 가택 연금 상태에 처해졌다고 보도했으나 탈레반은 이를 부인하는 상황이다. 탈레반 관계자들은 알자지라에 “미국이 카르자이 전 대통령 등 전 정부 관계자도 참여하게 하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들은 “새 정부 형태 결정과 장관 임명 등을 위해 최고 지도자 회의도 소집된 상태”라고 덧붙였다.
이어 과도 정부는 ‘아프가니스탄 이슬람 에미리트(탈레반 정식 국호)’를 이끌 ‘아미르-울 모미닌’도 포함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미르-울 모미닌은 신자들의 사령관이라는 뜻으로 탈레반 창설자 물라 무하마드 오마르 등에 이 호칭이 부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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